닭값 폭등으로 양계농가 2중고

입력 2004-03-04 11:10:33

닭값이 폭등하고 있다.

그러나 양계농들은 울상이다. 범국민적 소비촉진 캠페인으로 닭고기 소비가 급증했으나 조류독감 파동 이후 농가들이 종계(어미닭)를 대부분 처분하고 병아리를 거의 입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산유통연구소가 펴내는 '축산유통소식'에 따르면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2월 산지 고기 닭 값은 ㎏당 833원이었고 소비가 극도로 줄었던 1월엔 660원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일 현재 고기 닭값은 kg당 1천900원대로 치솟아 조류독감 발생이전 ㎏당 1천14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 가까이 올랐다.

병아리 값도 덩달아 급등했다. 상주시 사벌면의 병아리 부화장 아베스뱅크(대표 이동영)에 따르면 조류독감 발생이후 마리당 300원선이었던 병아리 값이 120원까지 떨어졌다가 3일 현재 마리당 570원까지 치솟았다. 양계농들이 조류독감 파동 이후 병아리 부화를 줄여온 탓이다.

산란계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경주지역 양계농들은 병아리는 물론 중닭(생후 70일∼120일)산란계마저 품귀 현상을 빚어 양계사가 텅텅 비어 있다.

지난해 12월 조류독감 발생지역 반경5km 이내에 포함돼 산란계를 대량 살처분한 양계농들이 시험 사육에서 이상 징후가 없었지만 병아리와 중닭을 구하지 못해 양계사를 놀리고 있는 것이다.

양계농 권영택(55.경주시 안강읍 양월리)씨는 양계사 2동에 중닭 10만 마리를 입식할 계획을 세웠지만 마리당 2천900원씩을 주어도 닭을 구할 수 없어 4만5천700 마리만 들이고 양계사 1동은 비워두고 있다. 권씨는 "병아리는 이미 5월까지 주문이 완료되었고 조류독감 파동 전 마리당 2천500원에 거래되던 중닭을 2천900원에도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독감으로 닭을 살처분했던 이춘희(64.안강읍)씨도 시험 사육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 오는 5월까지 산란계를 대량 입식할 계획이나 중닭 산란계를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닭값 안정을 위해 정부수매 비축물량 중 군 급식용으로 3∼5월중 공급할 162만마리를 제외한 695만마리를 농협중앙회를 통해 2일부터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방출하고 있다.

농림부는 4월 초부터 닭고기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병아리 입식을 자제해 줄 것을 농가에 당부했다.

박준현.박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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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시장 '닭골목' 폐업직전 / 2004년 01월 31일==>'고삐풀린' 조류독감 전국확산 / 2003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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