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는 최장수 TV드라마다.
1980년10월21일 첫 방송을 시작해서 2002년12월29일 1천88회로 종영됐다.
양촌리를 무대로 장장 22년 2개월간 펼쳐진 농촌 이야기는 우리네 전통적인 후덕한 인심과 살림살이를 가식없이 담아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떠나온 고향과 잃어버린 효심을 되살리며 가슴을 적셨다.
소박한 사람냄새를 느끼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에게 자연과 어른의 의미를 깨우쳐주기도 했던 국민드라마 였다.
▲드라마의 주축인 김회장댁은 아버지 김회장 내외(최불암 김혜자)와 할머니, 군청공무원인 큰아들 내외와 농사일을 돕는 작은아들 내외가 한집에 사는 전통적인 대가족이다.
여기에 금동이가 양자로 들어오고 남영이 영남이 수남이도 들락거리는 풍요롭진 않지만 다복한 집안이다.
이웃의 일용이네 가족과 응삼이 귀동이 그리고 동네 아낙, 노인들까지 남녀노소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며 사는 농촌마을이었다.
▲'전원일기'의 종영 계획이 알려지자 애시청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작은 종영 반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영남이와 복길이가 결혼해서 애 낳아 증조할머니 손에 안겨주는게 보고 싶다…. 김회장 팔순잔치까지는 해야할 것 아니냐… 등등. 비록 드라마이지만 살아 움직이는 고향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일부 화난 시청자들은 "이윤만 추구하는 몰염치…"라는 비난과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방송사는 예정대로 종영했다.
▲종영 이유는 시청률 저조였다.
그 배경엔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요즘 김회장댁 같은 대가족이 어디 있느냐, 아이들 울음소리 그친게 언젠데, 젊은이들은 또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농촌 현실은 전원일기 종영때 보다 더 척박해지고 있다.
최근의 통계청 발표를 보면 농촌 인구감소와 고령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작년 12월 현재 농가인구는 353만명으로 10년전인 1993년의 540만명에 비해 34.7%가 줄었고, 전체인구 대비 농가인구비중도 12.2%에서 7.4%로 급락했다.
▲한편 농촌의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10년전 15%에서 27.8%로 높아졌다.
특히 0~14세 어린이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노령화지수는 87.1에서 260.3으로 3배 이상 급격히 높아졌다.
농촌 들녘에서 아이울음소리가 더 귀해졌고 노인들만 늘어난 것이다.
쇠약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농업.농촌 종합대책 로드맵'은 농지은행제도 도입, 수출용농식품 개발, 농촌관광마을 확대 등 갖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처방들로 농촌이 다소 윤택해질지는 몰라도 남녀노소 가족애 넘치는 '전원일기'같은 농촌마을은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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