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나이가 아직 되지 않은
여고생. '어른들'은 돈을 주고 이 아이와 그 친구의 '성'(性)을 산다.
뭔가 상당히 어긋난 상황에서 딸은 성을 산 어른을 용서하고, 아버지는 성을 판
딸을 용서한다. 가해자인 '어른'은 딸을 통해 회개의 기회를 얻고, 아버지를 통해
응징당한다.
매번 파격적 소재와 줄거리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관객 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이라는 타이틀과 함께다.
영화는 바수밀다, 사마리아, 소나타라는 부제를 단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장에서 딸 여진(곽지민)은 친구 재영(서민정)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 비
용을 마련하기 위해 '원조교제'에 나선다. 여진이 채팅으로 상대와 약속을 잡으면
재영은 성관계를 갖고 그동안 여진이 망을 보는 식이다.
같이 잠만 자고 나면 남자들이 모두 독실한 불교 신자가 된다는 불교 설화에 나
오는 창녀 바수밀다, 재영은 자신을 바수밀다로 불러달라고 하고, 여진은 남자들을
더럽다고 비난한다. 그러던 어느날 원조교제중 들이닥친 경찰을 피해 창문으로 뛰어
내리던 재영이 목숨을 잃는다.
두 번째 장은 혼자 남은 여진의 이야기. 여진은 이젠 재영을 위로하기 위해 스
스로 수첩에 적힌 남자들을 찾아나선다. 한명한명 남자들을 만나 관계를 갖고 전에
받았던 돈을 차례로 돌려주는 여진. 남자들은 꼭 바수밀다의 경우처럼 하나씩 정화
돼 간다.
한편 사건 현장에 나갔다가 우연히 옆 모텔을 보게 된 형사 영기(이얼)는 자신
의 딸인 여진이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여진을 미행하
는 영기는 그녀와 관계를 맺는 남자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한명한명에게 린치를 가하던 아버지는 마지막 장에서 딸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
안한다.
영화는 첫째와 두번째 장에서 각각 딸들 혹은 바수밀다의 이야기와 아버지 혹은
사회가 바라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앞의 두 부분이 갈등을 그리고 있
다면 세번째 '소나타'에서는 보여지는 것은 화해와 용서. "그럼에도 모든 것은 우리
의 소소한 일상이므로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을 보여주려 했다"고 감독은 말한다.
각 장의 시선이 달라서일까? 매우 직설적인 표현에 비해 지극히 모호한 연결고
리는 관객과의 대화를 방해한다. 상호소통을 포기한 인물들이 화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용서만 '주고받는'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수녀 차림의 반라 포스터나 딸 같은 아이가 성관계를 통해 남자들을 용서하는
설정, 갑자기 착해지는 원조교제 남성들의 어색함 등만이 머릿속에 남는 것은 관객
탓만은 아니다.
감독의 팬에 따라서는 상당히 모호한 '미성년자'라는 말 자체가 의심 없이 받아
들여지고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성'문제에서도 아버지와 딸은 각각 용서를 베풀고
구한다는 식의 '건전한' 가정이 전작에 등장하던 그 밉살스러운 녀석의 분노를 그립
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다음달 5일 개봉.(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