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끈질긴 불법 선거운동

입력 2004-02-25 11:41:19

대구 달성경찰서는 마치 뒤통수를 호되게 한방 맞은 듯한 분위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밝힌 차모(63)씨의 총 경비 1억원이나 되는 부정 선거운동은 달성경찰서에서도 이미 인지해 한창 수사 중인 사안이었던 것.

특히 경찰은 이번 총선에서 불법선거 단속 공로가 있는 경찰관에게 1계급 특진과 최고 5천만원의 포상금을 내건 상황. 이 때문에 '대어'를 낚기 위해 수사를 독려해온 달성서는 선수를 빼앗겨 눈앞에 있던 특진과 포상금이 한순간에 날아간 데 따른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달성서 허덕순 형사계장은 "선관위는 혐의만으로 고발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은 범죄 입증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발표가 늦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항변했다.

더구나 선관위는 관련 계좌 등에 대해 금융기관에 요구하면 즉시 통보가 가능하나 경찰은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야 되기 때문에 수사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하소연이다.

허 계장은 또 "이번 수사과정에서 종적을 감춘 회계책임자 이모씨의 인적사항을 경찰이 선관위에 요구해도 가르켜 주지 않는 등 단속기관 간의 공 다툼으로 공조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차제에 선거사범 정보공유를 위한 협조체제가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을 받은 유권자도 구속하고 최고 50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이 강화됨에 따라 유권자들이 금품수수 사실에 대해 무조건 발뺌, 선거사범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

수사를 맡은 한 경찰관은 "경기도 광명에서 두 번이나 선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선거구민에게 음식 등 향응을 베풀고 법인카드로 결제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며 "선거 때면 으레 향응을 바라는 유권자 의식도 문제"라며 혀를 찼다.

공명선거에 대한 바람이 크지만 차씨의 경우에서 보듯 아직 우리 주변에는 동문,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 음식.경비를 제공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불.탈법 선거운동이 곳곳에서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과 선관위의 심기일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1부.박용우기자ywpar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