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여성전용선거구제와 여성

입력 2004-02-18 09:03:29

여성정치인의 수를 증가시킬 방법으로 '여성전용선거구제' 도입을 정치권에서 검토 중이어서 17대 총선은 '여성정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민주당 개혁안으로 상정돼 있던 이 제도가 활기를 띤 것은 각 당 여성정책 관련 실무자들의 비공식모임에서였다.

이들은 총선에서 여성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두 가지 방안으로 여성전용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수의 확대로 의견을 모았고, 각 당이 모두 찬성, 이번 총선에서 여성후보만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구가 설치될 전망이며 국회의원 수는 299명으로 늘게 된다.

'여성전용선거구제'라는 용어는 2001년 도입되었으나 남성들의 피선거권을 침해할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 제도는 인도와 대만 등에서 정착한 제도로 특정 선거구의 모든 정당이 여성후보들만을 공천해 어느 정당이 승리하건 여성후보가 당선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우리의 경우 대략 180만에서 200만 명을 기준으로 전국을 26개 권역으로 나누므로 "공천자리 부족"에서 오는 정당의 이해가 개입된 것으로 본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후보+지지정당+여성전용 선거구 후보 등 1인3표제를 행사한다.

따라서 선거관리절차와 관리비용이 증가하지만 비례대표의 50%인 여성할당 23명, 여성선거구 출신 26명과 지역구 여성의원을 합치면 의원 수가 20%에 육박하여 여성계의 오랜 바람이 실현될 전망이다.

당장 26개 권역을 나누는 방법과 비례대표의 여성할당 합의가 지켜질지 의문이기도하지만 총선이 6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여 불필요한 여성들이 끼어 들어 구태여 여성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당선자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필요한 여성은 기존정치에 대한 고민과 비전, 남성의원들이 선뜻 동의하기 힘든 난제들을 관철시킬 용기와 리더십, 삶의 질을 높이는 전문성, 그리고 억압받는 자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여성적 시각'의 소유자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받는다면 남성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벌써부터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전용선거구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여성들은 그동안 한국여성의 정치참여를 가로막았던 걸림돌이 과연 획기적인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제거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평등과 여성지위향상의 명목 아래 여성의원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면 자칫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여성들로 인해 여성 정치참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을 소모적으로 이용하는 사고에서 급조된 여성후보자들 중에는 낙선운동 사회단체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여하튼 17대 총선은 여러모로 여성의 정치 진출에 한 획을 긋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남성중심의 우리 정치풍토에서 여성전용선거구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며, 나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 하는 과제는 여성들의 몫이 되었다.

남인숙(대구가톨릭대 대학원 교수.여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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