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대란' 산업계 강타-작년갑 납품계약 "다 망했다"

입력 2004-02-16 11:30:13

철광석과 고철 등 원자재 가격폭등에서 비롯된 철강재 품귀가 마침내 건설, 전기.전자, 조선, 자동차 등 전산업계를 공멸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구리값 폭등으로 전선제조와 납품이 차질을 빚으면서 현장에서는 전기공사를 할수 없는 지경이라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획득한 각종 자재 납품권을 스스로 반납하는 자재상들도 늘고 있다.

모두가 "팔면 파는 만큼, 수주하면 수주하는 만큼, 공사하면 하는 만큼 손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선도 없다=11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3월 거래분 구리 가격이 t당 70달러(2.7%)나 오른 2천63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값은 작년 한 해 동안 49%가 올랐고 올들어서도 벌써 16%나 올랐다.

이에따라 구리가 주원료인 전선 등 각종 케이블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전기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하는 포항공단 주요 철강사들은 설비신증설 및 교체 등 신예화 사업을 연중 끊임없이 해야 하는데 선로조달 차질을 우려해 공사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공사 관련 중소기업 사장 조모(52)씨는 "원청업체를 찾아가 오더(발주)를 늦춰 달라고 통사정하고 있다"며 "작년 2분기에 이미 단가계약을 해둔 상태여서 지금 작년 가격에 공사를 하거나 납품을 하라는 것은 폐업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기공사가 많은 한전 관계자는 "단가가 올랐다고 공사를 안할수도 없어 관련 예산의 증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비상, 3년치 수주가 독약=포스코는 지난 9일 인도분부터 선박건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후판 가격을 t당 4만5천원(10%) 인상해 50만원으로 올려받고 있다.

원자재인 철광석 수입가가 지난 연말 대비 20%나 올라 제품가격 인상을 더 이상 늦출수 없다는 이유였다.

후판은 지난 8개월 사이 t당 13만원이나 인상됐다.

철강업계에서는 "주요 국내 조선사들이 지난해 '향후 3년치 물량을 수주했다'며 경영성과를 과시했는데 자재가가 폭등한 현상황에서는 이것이 도리어 상당한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조선업은 주소재인 후판뿐만 아니라 내장재인 인버티드앵글 등 각종 형강류와 스테인레스 및 비철제품도 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채산성 확보는 사실상 무대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 악화되는 건설업=건설업은 이미 알려진대로 '자재조달 위기' 수준을 넘어 '공사중단'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달 t당 39만원대이던 철근공장도 가격이 44만5천원대로 오른데 이어 INI스틸이 16일부터 4만3천원을 추가 인상했다.

타 메이커들도 같이 올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 고철가격이 20여일만에 t당 45달러나 오른 333달러로 올랐기 때문. 그러나 현장에서는 "t당 60만원을 줘도 철근을 구할수 없다"며 업자들간에 가격은 고하간에 일단 물량부터 확보하자는 '철근전쟁'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건설업체 등에 단가계약을 맺고 각종 자재를 납품키로 한 납품업자들은 작년 계약당시 가격대로 납품했다가는 망할수 밖에 없다고 판단, 힘들게 취득한 납품권을 스스로 반납하는 사례도 있고 일부 중소 하청사들은 집단적으로 원청사에 찾아가 자재가 인상분만큼 공사대금 인상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 오른다.

추가인상도 불가피=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국제시장에서 금값은 0.9%가 올랐고 구리는 3.2%, 알루미늄도 1.8%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올 한해 동안 납, 니켈,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 가격이 30∼50% 가량 더 인상될 것으로 예상, 이같은 자료를 증시와 금융기관지 등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INI스틸 등이 최근 제품가격 인상방침을 시행했거나 시행을 예고한데 이어 여타업체들도 가격인상을 검토중이며, 가격폭드에 따른 시장왜곡을 차단하기 위해 수요가로부터 먼저 주문을 받은 뒤 이에 맞춰 생산하는 맞춤형 주문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선임연구원은 "중간재인 철강재 가격인상은 조립금속, 자동차, 조선, 토목, 건축 등 전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로인해 주요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중소기업의 조업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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