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경선 물건너 갔나"

입력 2004-02-09 11:19:58

경선지역만 결정...경선준비나 방법에 대한 지침 전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 주변에서 경선 여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장 선거법 처리 지연으로 경선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공천심사위의 경선 의지도 별로 없어 예비 후보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선거인단이'일반국민 90%, 당원 10%'라며 한껏 자랑했던 한나라당의 국민참여경선 계획이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9일 현재 227개 지구당 가운데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된 곳은 대구 동갑과 동을, 서울 관악을 등 5곳. 하지만 경선지역만 결정됐을 뿐 지금까지 경선준비나 방법에 대한 지침이 전혀 시달되지 않고 있다.

대강 오는 25일까지 경선을 마무리한다는 '메뉴얼'상 일정이 고작이다.

심지어 당 공천심사위 주변에서조차 "경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경선 대신 공개면접 토론이나 여론조사 방식으로 공천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다.

대구 동을 지역 한 후보자측은 "경선지역으로 결정해 놓고 경선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동갑의 다른 관계자도 "지금 현지 분위기로는 경선을 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더 팽배하다"면서 "도무지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어디다 물어볼 곳도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공천심사위도 입장이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현행 선거법 및 정당법상 '일반 국민(비당원)'이 특정 정당의 공직후보자 선출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 개정을 통해 별도의 표본추출을 거쳐 작성된'일반국민 선거인단' 명단을 중앙선관위로부터 제공받을 계획이었으나 국회 정개특위 협상이 지연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는 것.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천심사위가 경선을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은 8일 "공천 일정을 감안할 때 선거법이 2월 중순을 넘겨 처리된다면 사실상 경선을 실시하기 어렵다"며 "경선 대신 여론조사 방식으로 공천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천심사위 관계자도 "법이 개정된다 해도 시간상 불가능하다"며 "대구 동갑과 동을은 후보가 누가 되더라도 당락에 큰 영향이 없어 여론조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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