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엔지니어서 '향기장사'변신

입력 2004-02-09 09:21:15

이규월(44)씨는 '향기 창업'을 통해 향기로운 새 인생을 열고 있다.

인공적 냄새인 방향제가 아닌 천연향료를 원료로 한 '청향제' 제조 사업을 시작해 요즘 월 평균 3천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

1999년 11월 이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이씨는 지난해 6월 '공기천사'란 브랜드를 붙인 첫 제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불과 6개월 만에 자신의 제품을 팔아줄 판매지사가 전국적으로 대구.서울.부산.구미.경주.부천 등지에 7곳이나 생겼다.

국내에서 이씨의 상품을 주로 사가는 곳은 병원과 사무실. 15분마다 자동적으로 향을 뿌려주는 자동 청향제가 주력 상품이다

미국 뉴욕에서 1만개나 주문이 들어왔고 중국에서도 최근 수입 문의가 왔다.

인터넷 등을 통해 외국에도 알린 덕분이다.

"방향제는 악취보다 강한 향을 써서 악취를 순간적으로 제압하는 형식이지만 청향제는 악취를 분해하는 동시에 향기까지 전해주는 겁니다.

원료는 구상나무와 편백나무 등에서 추출한 천연식물이죠".

이씨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현대건설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퇴직, 아파트 인테리어업을 하다 '냄새 장사'를 생각했다.

그 때만해도 '웰빙'이란 생소한 용어였지만 그는 그 당시부터 '웰빙' 바람이 강하게 불 것이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회사에 근무해보고 인테리어 사업도 해보니 집안 공기에 대해 탓하는 입주민들이 많더군요. 안 그래도 화학약품 범벅인 아파트에서 인공 방향제까지 뿌리니 실내가 약품덩어리가 되는 겁니다.

천연향을 실내에 뿌려 공기를 정화시킬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미국 인터넷 사이트 등을 뒤져보니 벌써 상품이 나오고 있었어요. 해롭지 않은 향,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향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하던 사업을 접어두고 벌어놓은 돈을 모두 '향기 제조'에 쏟아부었다.

4년 가까운 개발 기간 동안 5억여원을 넣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알게 된 미국업체에서 향 제조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은 청향제의 15분 단위 자동 분사를 제어하는 '회로칩'이었습니다.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칩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그게 어렵더군요. 인터넷에서 알게 된 홍콩 업체 도움을 얻어 1년 만에 기존 제품의 3분의1 크기로 칩을 줄였습니다".

현재까지 이씨는 모두 14종의 향기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그는 냄새 공부를 하다보니 각 지방별로 선호하는 냄새가 차이나더라고 했다.

해변쪽 사람들은 생선 비린내 때문인지 유자향을 좋아했고 내륙 사람들은 과일향을 선호하더라는 것.

"앞으로 승부는 향 숫자를 늘려 주문형 생산체제를 갖추는 겁니다.

고객에게 떠맡기듯 사가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좋아하는 냄새를 주문받아 바로 공급하는 것이죠. 요즘은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의 시대입니다.

어떤 향이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제가 목표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체를 창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핵심 기술만 익히면 나머지는 모두 외주를 통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저는 전기 엔지니어지만 향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고 외국에 다닌 것도 아닙니다.

인터넷으로 뒤지면 세계와 통할 수 있더군요. 국내 교수님들에게도 여쭤보는 방법으로 모르는 것을 해결했습니다.

저는 회계업무를 모르는데 이 부분도 외부에 의뢰, 업무를 처리합니다".

그는 웰빙 시대의 초창기라 향기 사업이 더 잘 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마진율이 꽤 높은 이 사업을 발판으로 진드기 제거 등 실내 청정 사업을 본격화할 목표를 이씨는 세우고 있다.

053)341-0202.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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