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北배우자와 이혼하라" 첫 판결

입력 2004-02-09 08:45:46

30대 탈북여성이 남한에서의 재혼을 위해 북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이혼을 허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민법상 '중혼(이중결혼) 금지' 조항 때문에 북에 있는 배우자와

의 이혼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혼을 허가한 첫 사례여서 주목된

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7단독 정상규 판사는 9일 30대 탈북여성 오모씨가 북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자녀의

친권은 원고가 행사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 제36조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혼인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헌법 제3조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원고가

북한에서 한 혼인도 우리나라에서 유효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남편의 생사 확인이 어렵게 된지 3년이 넘었고 남북의 자유로

운 왕래가 조만간 가능해질 것 같지도 않아 북에 있는 남편과 혼인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고자 남한에 내려온 것이 선량

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의사는 존중돼야 하므로 혼인파탄의 책임

을 원고에게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에게 소송 서류를 송달하기 위해 통일부에 북한주민 접촉을 신청

했지만 반려돼 공시송달로 소송을 진행했다"며 "피고가 이혼 소송에 관한 통지를 받

지 못해 입게 되는 불이익은 향후 추완항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97년 북한에서 결혼한 오씨는 경제적으로 궁핍해져 2000년 일가족이 중국으로

탈북했으며 중국 목축장에 취업한 남편이 임금 문제로 관리인을 폭행했다 공안원에

게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되자 중국에서 공안원을 피해 숨어살다가 지난해 2월

남한에 들어왔다.

재판부는 이 판결을 통해 ▲북한에서 한 혼인이 국내에서 유효한가 ▲탈북자에

대해 재판상 이혼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가 ▲ 남북간 혼인관계에 대해 남한측 재판

을 통한 이혼은 가능한가 등 세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 판사는 "현재 탈북자나 이산가족의 가족법 관계와 관련해 여러 법률적 문제

가 발생하고 있어 입법적 대비가 필요하다"며 "장래 통일을 대비해서도 이같은 문제

를 법원을 통해서만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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