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베이직

입력 2004-02-05 09:20:32

'다이하드'의 존 맥티어넌 감독은 최근까지 시쳇말로 '죽을 쒔다'.

'13번째 전사'(1999년)에서 흐트러지더니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99년)나 '롤러볼'(2002년)에선 그의 색깔이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그의 신작 '베이직'이 6일 개봉된다.

또다시 실망? 조심스런 선입견을 가지고 본 시사는 '다행스럽다'로 결론을 맺었다.

그의 출세작 '프리데터'(1987년)의 박진감이 녹슬지 않았음을 실감케 한다.

그의 전공은 역동적인 액션이다.

'베이직'은 거기에 미스터리를 덧댔다.

정글에서 사라진 특수부대 레인저. 그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생존한 두 명의 병사의 엇갈린 주장. 고립된 그들에게 벌어진 일의 진실은?

폭풍이 거세게 부는 파나마 정글. 특수부대 레인저가 훈련을 위해 투입된다.

그러나 귀환한 것은 두 명뿐. 지휘관 웨스트 하사(새무얼 L 잭슨)와 부하들 대다수가 서로 총격전 후 죽거나 실종된 것이다.

살아남은 사병 던바와 중상을 입은 고위 관료의 아들 켄달은 완전히 상반된 진술을 한다.

그렇다면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베이직'은 액션보다 스릴러가 좀 더 강한 영화다.

엇갈린 주장을 따라 밀림 속을 헤집는 카메라는 끊임없이 관객에게 퍼즐판을 펼쳐놓는다.

이리 짜 맞추고, 저리 짜 맞춰도 안 맞다.

아니 둘 다 맞다.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인가?

수사에 투입된 전직 레인저 출신 하디(존 트라볼타)에 의해 서서히 하나로 정리된다.

그러나 그마저도 "진실의 버전도 여러 가지"라는 말로 또다시 의문을 던져준다.

마약과 관련된 군의 또 다른 조직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방향은 크게 뒤틀어진다.

'베이직'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관객과 두뇌 게임을 벌인다.

현란한 액션이 부수적으로 따르다보니 관객의 혼란스러움은 극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 개봉에서는 반전이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관객을 교란시킨다"는 반응인데 반전이 반전을 낳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뒤튼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존 맥티어넌이 풀어놓는 정글 퍼즐판을 유쾌하게 따라갈 수 있다.

내년 '다이하드4'로 재기를 노린다니 반가운 일이다.

98분. 15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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