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잦은 산불 진짜 원인은

입력 2004-02-03 13:51:40

'담뱃불 실화 아니겠습니까'.

올 겨울 들어 팔공산에서 잇따르고 있는 산불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소방당국, 그리고 경찰의 업무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산불이 연쇄 방화로 추정되지만 관계기관의 허술한 예방과 뒤늦은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들어 팔공산과 앞산 등 대구 지역의 주요 산들은 대형 산불에서 비켜가 있었다.

또 최근 들어 잇따르는 팔공산 산불도 대형 화재로는 다행히 번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꺼진불도 다시 보자'는 옛구호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화재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현재 문제는 팔공산 연쇄 산불을 바라보는 대구시나 경찰의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점이다.

산불을 1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팔공산 공원관리사무소는 산불이 계속 되는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8번째 산불이 발생한 지난 2일 오후에서야 급히 43명의 직원을 전원 투입해 지정 등산로 이외의 산길을 중심으로 산불감시활동에 나섰다.

경찰의 혼선도 산불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소방당국에서 방화 가능성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실화 가능성이 높다'며 애써 여유를 부리다 지난달 30일 6번째 산불이 나자 특별반을 편성, 매복과 등산객을 상대로 화기물 소지를 점검하는 등 대응에 나선 것. 그러나 초동수사 미흡으로 방화범 검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다 현재의 화재감시 시스템 속에서는 야간화재 발생을 막을수 없어 산불 재발 가능성이 높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팔공산 공원관리사무소에는 직원 43명과 공익요원 120명이 배치돼 있지만 공익요원은 퇴근하면 그뿐이고, 매일 6명씩 야간 당직조가 활동하고 있지만 사무실에 머무르는 것에 그쳐 야간에 발생하는 산불에는 사실상 조기대응이 어려운 형편.

이에 대해 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사람이 불 지르는 것은 할수 없는 것 아닙니까?"라며 "심야에 발생하는 산불은 기도객이나 등산객, 마을 사람들의 신고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그루 나무의 소중함은 애써 강조할 필요가 없다.

잇따르는 산불이 '실화이든, 방화이든' 산을 지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윤조기자(사회1부)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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