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을 위기로 몰고 갔던 LG카드 사태가 9일
채권단의 지원 합의로 일단락되기까지는 숨가쁜 순간들이 계속 됐다.
특히 이날 채권단의 합의가 이뤄지기 직전 5일여간은 채권단과 정부, LG그룹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어느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LG카드의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던 카드 위기가 잊혀져 가던 지난해 11월 초였다.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론스타가 외환카드에 대한 증자를 이행하지 않아 금융
당국이 외환카드의 부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LG카드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감지
됐고, 전업 카드사 중 자금 사정이 괜찮다는 회사들이 자금 확보에 나서자 시장에서
는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설이 퍼졌다.
이 과정에서 LG그룹이 지난해 11월17일 LG카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권에
2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같은달 21일 현금 서비스까지 중단되자 LG
카드의 유동성 위기는 기정 사실화됐다.
이후 LG카드의 8개 채권은행은 지난해 11월24일 긴급 회의를 열어 밤 늦게까지
논의한 끝에 LG그룹의 증자 약속과 LG카드 매출 채권 및 구본무 LG그룹 회장 보유
주식을 담보로 2조원을 긴급 지원한 뒤에 LG카드를 매각키로 결정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삼정KPMG를 통한 실사 결과 LG카드의 자본 잠식 규모가 3조2천억원에 달
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매입 우선권을 가진 채권 은행들조차 입찰 1차 마감 시한이었
던 지난해 12월23일까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LG카드 정상화의 험난한 길이 예
고됐다.
금융 당국과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의 수 차례에 걸친 인수 의향서 제출 마감
시한 연장과 16개 채권 금융 기관의 자율 공동 관리 도입 등 정상화 방안 수정에도
불구하고 채권 은행들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지난해 12월30일이 마감이었던
매각 입찰일에도 참여자가 없어 LG카드 문제는 해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다급해진 정부와 우리은행은 지난해 마지막 날 LG카드의 부도를 막기 위해 일단
전 채권 금융기관을 상대로 LG카드의 부채에 대해 1년간 만기 연장을 추진했고 지난
2일 채권단 자율 공동 관리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와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지난 2일 국민.우리.산업.농협 등 4개 은행이 컨
소시엄을 구성해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수정 정상화 방안을 다시 내놓고
채권단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지난 5일 산업은행의 지분율을 33% 이상으로 높여 산업은행
이 실질적으로 LG카드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타결의 희망이 보이던 LG카드
정상화 협상은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김진표 부총리와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6일 금융권 신
년 인사회에서 공개적으로 국민은행의 태도를 비난하며 압박했지만 김 행장은 무원
칙적인 지원에 합의할 수 없다고 버텨 협상 타결 전망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지난 7일 김 행장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LG카드 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하
겠다면서 LG카드에 대한 LG그룹의 유동성 지원을 요구해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이 다시 살아났지만 LG그룹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LG그룹은 법적으로 책임질 근거가 없는 만큼 LG카드에 추가 유동성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버텼고 금융 당국은 8일 오후부터 LG그룹 고위층과의 핫라인을 통해 협조
를 강력하게 요청한 끝에 LG그룹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이날 오후 회의를 소집해 정부와 채권단, LG그룹이 공동으
로 책임을 분담하는 LG카드 지원 정상화 방안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