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의 첫 장면은 충격적이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범인의 차량, 슈퍼마켓에서의 폭력, 경찰차의 추격 등을 보여준다.
인공위성, 헬기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CCTV 에서 포착된 범죄현장이다.
이를 수십 대의 모니터로 체크하는 이가 있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모두 보면서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대의 감시카메라에 노출된다.
은행 현금인출기, 과속측정기, 백화점, 엘리베이터, 화장실, 사우나….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까지 감시카메라를 이용해 쓰레기불법투기 현장을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다중을 목표로 한다고 여기고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목표물이 바로 나라면… .
주인공 딘은 세상사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국가기관의 살인모습을 담은 디스켓을 손에 넣게 되면서 모든 카메라와 도청장치의 표적이 된다.
시계와 전화기, 심지어 팬티에까지 위치추적장치가 붙고, 인공위성까지 그를 향한다.
모든 금융거래는 동결되고, 슈퍼마켓에서 땅콩 한 봉지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 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국가기관이라는 점이 영화의 극적 설정이다.
국가는 국민, 개인이 힘을 부여한 기관이다.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만들어진 것이다.
그 권력을 개인을 강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첫 번째 시사점이다.
국가 기관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것은 이미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잘 드러나 있다.
'1984'는 소련의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두고 '빅 브라더'의 등장을 예견했다.
바로 전체주의적 시각이 결국 인간성을 말살할 수 있다는 경고다.
대부분 국가의 헌법에는 사생활 보호권이 있다.
우리나라도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제17조)와 '주거의 자유를 침해 받지 않을 권리'(제16조)를 명시하고 있다.
개인의 기본권을 파괴하면서까지 추구하는 것이 국가 이익이다.
영화에서 충돌되는 것도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이익이다.
영화 속 레이놀즈 일당은 모든 개인의 정보를 장악하는 것이 국가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믿고 있다.
최근 들어 각국은 행정의 효율화를 위하거나, 시민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입국 외국인은 지문날인과 사진촬영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자주민등록증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편의성을 위한다면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지만,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편리성은 추상적이만, 그 피해는 구체적이다.
10명의 편리함을 위해 1명의 피해를 도외시한다는 것은 '1984'의 전체주의적인 시각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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