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은 가정교육부터(2)-꾸중과 칭찬 아끼지 말자

입력 2004-01-09 09:59:25

연말에 딸 아이의 책상을 우연히 봤는데 칭찬과 꾸중받을 일들을 쓰는 칭찬통장 이란 게 있더군요.일년 동

안 500개가 넘는 칭찬거리를 쓴 걸 보고 참 놀랐습니다.

한번도 그런 행동을 제대로 칭찬해주지 못한 제가 한심스

럽기도 했고,그 많은 칭찬거리를 쓰는 동안 꾸중거리는

하나도 쓰지 않은 딸 아이가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을 둔 한 아버지의 이야기다.어

린이의 마음으론 꾸중보다 칭찬을 받고 싶게 마련.하지

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개 칭찬에 인색하다.

그렇다고 잘못된 행동을 적절한 방법으로 나무라는 데

익숙한 것도 아니다.자녀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마구

뛰어다녀도 그대로 두는 건 물론 누군가 나무라기라도 하

면 멱살잡이도 불사하는 게 요즘 부모들이다.

이른바 합리성 을 원칙으로 자녀를 키우는 선진국 부

모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온정적이다.유럽 가정의 경우

공짜로 용돈을 주지 않는 게 보통이다.집안 일이나 적절

한 심부름 등을 해야 용돈이 지급된다.반면 집안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사정없이 용돈을 깎아버린다.취침 시간

위반,금지된 TV 프로 보기,귀가 약속 위반 등 우리나라

가정이라면 잔소리 한번으로 넘길 일에도 반드시 벌칙을

준다.용돈을 깎는 정도가 아니라 가고 싶은 곳에 못 가게

하거나,좋아하는 일을 금지하고,심지어는 외출 자체를

일정 기간 막는 가정도 흔하다.

언뜻 보기엔 가부장제를 떨치지 못한 우리나라보다 더

가혹해 보이지만 그들에겐 엄격함과 자상함이 공존한다.

약속이나 룰을 지킬 경우 더없이 자상하지만 어길 경우

용서없이 벌을 내리는 것이다.우리나라 부모들의 약점은

대부분 지나치게 감정이 앞선다는 것이다.합리성을 찾기

힘들다.칭찬할 때도 꾸중할 때도 즉흥적이다.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하기보다는 뭉뚱그려서 말한다.

가령 너는 오늘 심부름을 잘 했지만 중간에 게임하느

라 시간이 걸렸으니 그건 잘못된 것이다 라고 해야 할 말

을 심부름 시켰더니 게임이나 하다 오느냐 고 호통치기

십상이다.또 이번 시험에서 전 과목 평균 점수는 잘 받

았지만 국어 점수가 너무 낮다.시험을 잘 치른 데 대해서

는 상을 주겠지만 국어 공부는 더 해야겠으니 계획을 세

워라 고 하면 좋을 것을 아이구 내 새끼,이번엔 몇 등

올랐네.잘 했어,잘 했어 하는 식이다.체벌도 대수롭잖게 여기는 부모들이 많다.가정이든

학교든 사랑의 매 가 필요하다는 논리다.그러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체벌은 피해야 한다.자녀의 잘

못을 발견했을 때 부모 자신의 감정부터 다스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꾸중할 때도 자녀의 이야기를 먼저 들은 뒤

납득할 수 있도록 잘못을 지적해줘야 아이들은 수긍한다.

잘못에 대한 벌을 내릴 때는 두세 가지를 제시한 뒤 선

택할 수 있게 하면 더욱 좋다.물론 어느 것을 선택하든

약속한 만큼 끝까지 벌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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