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처가 위주 생활 보기가 안좋아요"

입력 2004-01-01 13:45:30

결혼한지 34년째 되는 한의웅(64).류소자(61)씨 부부. 1남3녀의 자식을 뒀지만 직장생활과 결혼 등으로 집을 떠나보내고 딸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이들 부부의 집은 낮에 텅 비어있다.

딸 둘은 직장생활로 저녁이 돼야 들어오고 성주 도원초교 교사인 아내 류씨는 대구에서 학교로 출퇴근하느라 짬이 없다.

지난 88년 육군 중령으로 2군 사령부에서 퇴역한 한씨는 아내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대구시니어클럽 문화유산해설사업단 해설사 부단장인 그는 대구수목원 자연교육지도자, 대구시니어클럽 숲생태해설사, 대구시 재향군인회 이사 겸 안보교수, 노인교육 전문지도자로서 강의로 하루 일과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지난해 거동이 불편한 치매.중풍환자들을 돌보며 케어복지사 2급 자격증도 딴 그는 틈틈이 산악회 활동으로 등산도 즐긴다.

"나이를 물어보는 걸 제일 싫어합니다.

요즘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 노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나이는 단순히 숫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한씨는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니 나이를 잊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숲생태와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을 해주다 보면 절로 동심세계로 빠져들어 즐거움을 찾게 되고 건강관리에도 좋은 것 같다고.

평일이 바쁜 이들 부부는 주말은 되도록 같이 보내려고 애쓴다.

매주 토요일 가족 행사는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것. 한씨는 아내가 챙겨야 하는 경조사에도 부부 동반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부부가 항상 같이 다니니 보기 좋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가족(한씨는 아내를 이렇게 불렀다)이 교육부장관 푸른기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직장에서 인정을 받으니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가족도 학교에서 느낀 것에 대해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한씨는 아내가 10년간 직장생활을 그만 뒀다가 복직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전후방 각지를 데리고 다니며 고생도 많이 시켰다.

72년 백마부대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귀국해 강원도 백담사 입구 용대리 마을 단칸방에서 살았을 때는 장인어른이 "고생하지 말고 집에 가자"며 아내의 손을 이끌 정도였다.

"지금 같으면 도망가고도 남았지요. 요즘은 군인가족 주택도 아파트로 현대화돼 살기 좋잖아요. 가스가 샐까봐 연탄도 못 때는 허름한 집에서 썩은 나무를 주워 때고 냇가에서 물을 길어다 먹으며 영하 20~25도씩 떨어지는 겨울을 버텨냈습니다".

이들 부부는 사실 자식이 많은 게 "부끄럽다"며 웃었다.

셋방살이를 하면서 자식이 많다고 설움도 받아야 했다.

5년동안 주말부부로 지내기도 했다.

아내 혼자 아이 넷을 키우며 직장생활한다고 고생하기도 했지만 키워놓고 보니 자식이 많아 든든하다고 한다.

"자식은 셋 정도가 가장 알맞은 것 같습니다.

딸 둘, 아들 하나, 또는 딸 하나, 아들 둘이 좋을 것 같아요. 아들 셋은 곤란합니다.

애들이 크고 나서도 엄마가 고생하니까요".

모임을 하다가도 아들만 있는 엄마들은 애들 밥 챙겨줘야 한다며 먼저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들 스스로 챙겨먹는 걸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집안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건 역시 딸이다.

"요즘은 아들보다 사위가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때는 안 그랬는데 남자들이 너무 처가 위주로 치우치는 건 보기가 안 좋아요. 아들 낳았다고 좋아한 부모가 얼마나 후회하겠습니까. 친가, 처가 모두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합니다".

남자, 여자 모두 사회적으로 큰 명예를 가지게 되더라도 가정이 잘못되면 물거품이 된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부부 사이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이 건전한 이성관을 가지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정.학교.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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