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의 담백한 맛-심해

입력 2003-11-29 16:11:30

입이 몸 전체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크고 못생겨 '굶주린 입을 갖고 있는 생선'이란 뜻인 아구어(餓口魚)라는 이름이 붙여진 아귀. 아귀는 비늘이 없어 더 천대를 받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요즘, 아귀는 특유의 담백한 맛이 알려지면서 미식가들로부터 사랑받는 고기가 됐다. 대구시 황금동 희망로 네거리와 농협본부 중간에 위치해 있는 '심해'에 가면 제대로 된 아귀 수육과 찜을 맛볼 수 있다.

이 집 요리의 특징은 원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리는데 있다. 그래서 화학조미료나 맛을 내는 재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재료는 그날 동해안 감포에서 잡힌 생물만을 쓴다. 주인 김명순씨가 직접 가서 사오거나 고정 거래처에서 공급되는 생물 아귀는 쫄깃한 살맛을 보장해 준다.

아귀수육. 잘 손질한 몸통과 대창과 곤 등을 쪄서 내놓는다. 약간 비린 맛이 나는 곤을 찔 때 한약재를 넣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는다. 식성에 따라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간장에 찍어먹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은 담백하면서도 쫄깃하다. 감칠맛이 여운으로 남는다. 수입산이나 냉동 아귀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연한 뼈는 그냥 씹히고 대창 또한 씹을수록 고소하다. 단백질 덩어리인 곤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양이 많지 않아 동료와 젓가락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곁들여져 나온 팽이버섯과 미나리, 콩나물에 수육을 싸먹는 맛도 별미다. 특별히 주문하면 꼬리 살로 회도 쳐준다.

제철을 맞은 생대구탕이 인기다. 주인아주머니의 탕 끓이는 노하우가 집적된 메뉴다. 생대구탕은 양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끓인다. 대파와 무가 전부다. 마늘조차 넣지 않는다.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끓여내 온 대구 살에 은빛이 돌아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기는 담백하고 국물은 시원해 그 구수한 맛이 복지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문의:053)766-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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