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신' 상징 공간으로 만들자

입력 2003-11-07 09:05:30

'이상화.서상돈 고택과 계산성당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대구 정신의 본향(本鄕)으로 삼자'.

대구시 중구 계산동에 위치한 시인 이상화 고택과 국채보상운동의 주창자인 서상돈 고택, 그리고 축성 100주년을 맞은 계산성당 등을 한데 묶어 대구를 상징하는 문화.정신의 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일대는 국채보상운동, 항일운동, 개화운동 등이 발원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다 문학사적으로나 건축학적으로도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약전골목과 연결되는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회 김화자 의원은 최근 "약 3천평에 이르는 공간에 산재한 이상화, 서상돈 고택과 계산성당을 한 권역으로 묶는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5층에 이르는 계산문화관이 계산성당과 이상화, 서상돈 고택 등을 가로막고 있어 서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문화관이 있는 자리를 공원 등으로 조성할 경우 이 일대가 자연스레 대구를 상징하는 문화.정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약전골목과도 연결이 돼 문화.관광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화고택 보존운동본부 윤순영 회장도 "이상화 시인과 서상돈 선생, 이상정 장군 등의 고택들과 계산성당이 있는 이 지역은 대구에서 문화.정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 곳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약전골목과 연결해 문화벨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일대는 김원일의 소설 '마당깊은 집'의 무대가 됐고, 이장희 등 지역 문인들의 활동무대였던 만큼 대구 시민은 물론 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고, 무엇인가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이같은 구상을 실현하는데 가장 큰 관건은 계산문화관(옛 효성초교 건물)의 이전. 김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문화관을 인근으로 옮기려면 마땅한 건물을 찾아야 하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문화관 이전 및 이 일대의 문화공간 조성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상화 고택은 이상화 시인이 1927년부터 194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창작의 산실로 삼았던 곳이며, 서상돈 고택은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서상돈 선생의 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또 독립운동가인 이상정 장군의 고택도 바로 인근에 있다.

1903년 뮈텔 주교의 집전으로 축성식이 거행된 계산성당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정면 쌍탑의 고딕 성당으로 1981년 사적 제290호로 지정됐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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