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대구.경북의 대중 앞에 선 법정(71) 스님. 4일 오후 경북대 대강당에서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스님은 특유의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생태윤리를 주제로 한시간 동안 법문을 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2천명이 넘는 청중이 몰려 좌석은 물론 통로와 강단 위까지 꽉찼다. 스님은 군더더기 없는 쉬운 표현과 적절한 비유로 청중들에게 툭툭 화두를 던져 주었고, 일부 청중들의 기침소리만이 정적을 깰 정도로 청중들은 스님의 강연에 빠져들었다. 이날 법정 스님은 최근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매미'를 예로 들면서 생태윤리와 '무소유', 바람직한 삶 등에 대해 강연을 했다.
◆ 대구와의 '인연'과 마음.
1950년대 해인사에 머물 무렵 대구에 가끔 나왔습니다. 양키시장과 음악감상실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대구에서 발행되는 '녹색평론'을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구독하고, 또 간직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담긴 지식과 정보는 돈으로 따질 수 없으며, 녹색평론의 구독자가 많아지면 세상이 좋아지고 맑아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 2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보고 한 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좋게 만들거나, 좋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겹겹이 닫힌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순간순간이 마음에 달려 있으며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항상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살펴야 합니다.
◆ 생태윤리
태풍 '매미'로 인해 피해가 많았습니다. 기상이변은 세계적인 현상인데, 누가 이런 사태를 불러들였을까요. 이게 다 인간들이 더럽힌 것을 씻어내려는 자연의 정화작용입니다.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고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자연의 청소는 계속 되풀이될 것입니다.
인간들이 마구 아파트와 골프장, 도로를 만들면서 자연은 만신창이가 돼 있습니다. 산이고 들이고 상처투성입니다. 커다란 생명체인 자연을 인간이 파괴하고 있습니다. 대지는 모든 생명의 뿌리이자 어머니입니다. 지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바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입니다. 병원마다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우리 자신이 어머니인 대지를 병들게 한 보답입니다. 모체가 앓고 있는데 그 지체인 인간이 어떻게 건강할 수 있겠습니까.
◆ 요즘 세상
남을 희생시키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세태입니다. 남을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참고 기다릴줄 모릅니다. 모든 것이 돈과 연결돼 있고, 육체적 쾌락과 경제적 부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상입니다. 또 사람들이 기계에 의존하다보니 선택의 기회가 없어지고, 기계의 마음을 점점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신의 안정이 없어지고, 사람의 도리를 못하고 있습니다. 기계에 의존하면 인간의 '영성'은 퇴화됩니다. 간디는 인간의 손은 신이 우리에게 준 귀중한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머리와 기계로 사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입니다.
◆ 현대인의 삶
필요한 하나를 넘어 둘, 셋을 가지려 하다보면 처음의 하나도 잃어버리고 맙니다. 충동구매를 하면 후회만 남습니다. 결국 그것은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됩니다.
들여다보지 말로 내려다봐야 합니다. 들여다 보다보면 빨려 들어가기 쉽습니다. 내려다보면 제정신을 차릴 수 있습니다. 요즘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업(業)'의 꼴이 바로 얼굴입니다. 얼굴의 주름은 그 사람의 삶의 자취, 이력서입니다. 주름을 없앤다는 것은 삶의 자취가 소멸되는 것입니다. 삶은 저마다 아름다움이 있고, 아름다움을 재는 기준은 따로 없습니다. 사람의 삶은 자연스러워야 하며,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남과 비교해서도 안됩니다. 꼭 필요한 것만을 갖고 불필요한 데 욕심을 내서는 안됩니다. 작은 것에 만족을 하고 허황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합니다. 흙을 멀리할 수록 병원과 가까워집니다. 문명에서 오는 질병은 자연으로 치유됩니다. 우리안에 있는 자연스러움을 일깨워야 하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합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사진:법정 스님은 "인간의 모체인 자연이 앓고 있는 한 인간은 건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2천명이 넘는 청중이 몰려 스님의 법문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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