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화재 대응 요령

입력 2003-02-28 13:39:59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대형 재난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도시형 재난에 대한 구조·구호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당하게 될지 모르는 재난으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대처 능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허술한 안전 의식=민방위교육을 통해 비상사태 대비 교육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하철·열차·비행기·빌딩 등 다중 장소에서의 대처 교육은 학교에서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술함은 고객을 안전하게 모실 의무를 가진 대중교통 업종에서마저 마찬가지이다.

철도청은 매월 2시간 이상 안전관리 교육을 하고 있으나 동대구역 경우 안전관리 담당자조차 자세한 안전수칙이나 대피요령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지하철공사 김대현 안전방재 팀장은 "지하철 직원들조차 상식적인 안전수칙 정도밖에 모른다"고 했다.

항공사들도 안전관리 담당자를 서울에만 상주시킴으로써 지역 공항들에서는 실질적인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

◇지하철 재난 때=전동차에서 빠져 나온 뒤에도 계단을 통해 도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길이 매우 길고 복잡한데다 방화벽에 갇힐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계단이 굴뚝 역할을 함으로써 독가스 배출구를 통과하게 되는 셈이 될 위험이 있기때문이다.

까딱하면 질식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차라리 지하철 선로를 따라 인접 역을 통해 대피하는 것이 선택할만한 요령이다.

이번 참사에서도 몇몇 승객들이 이 방법으로 살아났고, 거꾸로 터널을 통해 접근함으로써 구조에 공을 세운 구조대도 있었다.

만약 전동차 안에서 불을 만났을 때는 제일 먼저 그 안에 있는 비상벨을 눌러 기관사에게 알려야 한다.

닫힌 문을 열고 탈출해야 할 경우엔 출입문 옆 의자 밑에 있는 비상코크부터 찾아야 한다.

코크를 앞으로 당기고 출입문을 양 옆으로 벌리면 문이 열린다.

◇고층 빌딩 화재=화재가 난 고층빌딩에 고립됐을 경우에는 각종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위치를 외부에 알려야 한다.

2명 이상 함께 움직여 보다 안전한 곳으로 신속히 이동할 필요가 있으나 이동 때는 벽돌·유리 등의 파편이 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또 화재로 발생하는 독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우므로 기어서 이동하는 것이 좋고, 이때는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면 효과 있다.

이동 수단으로 승강기를 타는 것 역시 절대 피해야 한다.

승강기가 멈춰 설 위험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승강기 통로가 독가스 굴뚝이 되기때문이다.

자리를 옮길 때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불 난 사무실 문을 갑자기 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문을 열어 갑자기 산소가 공급되면 순간 폭발이 일어나 큰 피해가 발생하기때문에다.

건물 밖으로 빠져 나왔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9·11테러 때처럼 건물이 붕괴된다면 먼지를 동반한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

건물 높이를 기준으로 그 2배 이상 떨어진 곳으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아파트 화재=가스밸브와 전기스위치부터 먼저 내려야 한다.

베란다 문도 닫아 불길을 차단해야 한다.

그런 뒤에는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침착히 살피는 것이 좋다.

승강기 타는 것은 역시 금물.

아래 층에 불이 났을 때는 비상계단을 통해 계속 위쪽으로 올라가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

그러나 독가스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그 반대이다.

질식의 위험이 있기때문. 이때는 현관 문을 닫은 뒤 화장실로 들어 가 욕조에 물을 받아 그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게 좋다.

그러나 그 전에 이불 등을 베란다에 내걸어 외부에 구조 요청 신호를 보내야 한다.

대구 서부소방서 임동권 진압대장은 "4층 이상 아파트일 경우 불길이 번져 온다고 해서 무작정 아래로 뛰어내려서는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열차·항공기 사고=열차에서 화재를 만난 상황일 때는 불이 난 객차를 탈출해 다른 칸으로 피해야 하지만, 옮겨 갈 때는 객차 통로 문을 반드시 닫아 불 확산을 막아야 한다.

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객실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앞에서와 같은 순간 폭발의 위험때문.

비행기가 비상착륙을 시도할 때는 탈출구 위치를 확인한 뒤 몸에 지닌 볼펜·안경 등 깨지기 쉽거나 날카로운 물건을 제거해야 한다.

좌석 밑이나 선반 위 물건을 고정시켜야 한다.

아기가 있을 때는 보호자만 좌석벨트를 매고 아기를 감싸안고 고개를 숙인다.

아시아나항공 민병원 안전운행 담당은 "비상 착륙 때는 머리를 양 무릎 사이에 파묻은 뒤 두 손으로 발목을 잡고 온몸에 힘을 주는 '충격 방지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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