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참사를 방염검사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염 검사가 선진국과 달리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검사 항목에서도 유독가스 발생량 분석 등은 제외돼 정상적으로 방염 처리를 하더라도 대형 화재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지역 염색업체들에 따르면 방염 검사기관인 한국소방검정공사 등이 가로 35cm, 세로 25cm의 일부 샘플 원단에 대해서만 방염 검사를 실시, 주문처에선 검사때만 제대로 방염처리를 한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게 관례화돼 있다.
더욱이 방염 가공은 세탁을 하거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방염 성능이 자연적으로 떨어져 선진국에선 방염검사 후 소방당국의 제품 표본 조사와 시민단체의 수시 점검 등 2, 3중 사후 관리가 일반화돼 있지만 국내 소방법엔 이에 대한 점검 규정이 전혀 없어 이같은 불.탈법 관행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삼익염직 문성종 생산부장은 "지난 몇년간 방염가공을 한 경험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며 "방염가공이 일반가공보다 50%이상 비싸 주문처에서 이를 꺼리고 있다"고 했다.
선진국에선 화재시 발생하는 F(fire:불), S(smoke:연기), T(tocic:유독가스) 모두에 대해 광범위한 검사 기준을 적용하지만 국내에선 연기와 유독가스 검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다. 더욱이 방염제를 전량 수입해 쓰고 있는 우리의 경우 외국에서는 자체 독성때문에 거의 쓰지 않는 브롬, 염소 성분이 함유된 방염제를 써서 불에 잘타지 않는다하더라도 방염제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로 인명피해가 커질 우려가 높다.
이런 가운데 27일 대구지하철 공사는 54량의 전동차 객실의자에 분사형 방염처리를 해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분사시 방염 약제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어 사람이 흡입하거나 피부에 접촉시 인체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 지하철 공사에 따르면 분사형 방염제의 제품명은 바이오 팩스 2000으로 암모니움, 나트륨, 인산염, 황산염이 포함돼 있다.
상주대 이광우 교수는 "인산염 등은 흡입시 인체에 치명적이라 외국에서는 약제 흡입시 경구독성 측정, 피부자극독성, 방암성, 변이원성 시험 등을 반드시 거쳐 분사형 방염제를 쓴다"며 "지하철 공사의 방염처리가 충분한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분사물질 자체의 독성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성급한 일처리가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정현수 국장도 "지하철공사 경우 방염 자체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데다 유독가스 발생 등을 간과하고 있다"며 "학계, 시민단체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사전 검증을 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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