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훼손 검찰 '책임 떠넘기기'

입력 2003-02-27 13:13:38

중앙로역 참사 현장 훼손 및 마구잡이 잔재물 처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대구시.검찰.경찰 모두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지검 임안식 2차장검사는 26일 출입기자들에게 이번 문제와 관련한 검찰의 입장을 밝혔다.

임 차장검사는 김영진 대구지검장의 지시로 기자들을 만나게 됐다고 말해 그가 표명한 입장은 검찰의 공식 입장으로 판단됐다.

▲현장보존 판단=임 차장검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방화범이 누구인지 현장에서 밝혀졌고 사체 등 증거가 명백해 검찰은 형사상 사고 현장 보존책임을 다했다.

유골 및 유류품을 통한 신원확인과 현장 정리는 행정상 문제로 검찰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 범죄사건과 달리 사건 발생 때부터 범인의 신병이 확보된데다 증거 수집, 범죄사실 파악 등 형사상 조치가 종결됐기 때문에 그 후의 현장 훼손은 관련 기관들의 문제라는 것.

하지만 임 차장검사는 "현장보존 범위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휘한 검사로부터 사고 전동차 안이라고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전동차 안에만 사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현장보존 범위를 전동차 안으로 예단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 생각에서 검찰은 국과수의 의견에 따라 전동차 이송지휘를 내렸고, 그 후의 현장 보존에도 관심을 갖지 않음으로써 현장 훼손이라는 결과를 부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책임문제=임 차장검사는 또 "현장 정리와 신원확인 작업은 검찰 업무가 아니며 그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현장 훼손은) 결국 (그쪽) 행정처리 미숙 때문에 빚어진 잘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행정적인 문제인만큼 검찰이 보고 받을 이유도 없고, 행정기관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는 얘기도 했다.

나아가 "대구시 등의 행정조치에 경찰이 가볍게 대응해 사안이 커진 면도 있다"고 경찰을 간접 질책했다.

▲경찰수사=이번 사건의 수사 지휘 문제와 관련해서도 임 차장검사는 경찰에 일임하는 듯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범인과 증거가 현장에 확보된 이런 종류의 사건은 과거 경찰이 시시때때로 보고한 사례가 없고, 보고할 사안도 안된다"며, "사건을 ABC부터 잘 아는 경찰이 잘 수사하고 있는 만큼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뒤에서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검찰의 태도에 대해 법조계 인사는 "이번 지하철 참사는 국가적 중대사여서 검찰이 기존의 수사관행에만 집착해서는 안된다"며, "국민들이 속시원히 이해할 수 있도록 경찰과 긴밀히 공조하고 수사를 적극 지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국가수사최고기관인 검찰에서 비록 대구시나 경찰의 일차적인 잘못으로 현장이 훼손되었다 해도 그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 임 차장의 해명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찰 관계자도 "수사 범위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검찰 지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