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방화참사를 안전 타산지석으로" 대형건물 '방재 업그레이드'

입력 2003-02-27 13:16:43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지하층을 가진 대형건물을 중심으로 방재(防災) 인식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법규 지키기에나 급급했던 종전과 달리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지하철 참사의 사회 순기능적 효과가 기대되는 것.

27일 개점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100여명의 직원들로 '자위소방대'를 구성하고 방수모·방수복·방수화·방독면 등은 물론 산소장비에 이르기까지 전문 구조대원들이 사용하는 수준의 전문 장비를 지급했다.

또 소방 전문가를 방재 책임자로 영입했는가 하면 소방대 훈련을 위해 '물 소화기'를 갖췄다.

대구소방본부 출신인 서남교 방재실장은 "이번 지하철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작은 연기라도 즉각 발견 가능토록 CCTV 감시체제를 방재실·안전실·주차장 등 3각형으로 구성하고 사원 필수 교육 과목에 소방훈련을 넣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대구점도 이번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화재 때의 지하층 연기 배출을 위해 환기시설을 연내 보강키로 했다.

이에 앞서 우선 비상구 식별력 강화에 착수, 소화전마다 손전등을 비치했고 정전 때 비상구 표시등을 즉각 가동시킬 비상 배터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대백프라자는 지하철 참사 후 경영진이 직접 대피훈련을 지휘하면서 허점을 점검, 대피 유도등 10여개를 즉각 보완했다.

이 업체는 참사 후 전기 및 방재설비 전면 재점검을 실시했고 연 1회 하던 대피훈련도 월 1회로 늘리는 동시에 전직원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방재실 정성현 주임은 "지금까지의 소방훈련은 사실상 형식적이었으나 앞으로는 실제 상황 시나리오를 도입해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지하층 화재는 갈수록 늘어, 소방본부에 따르면 2001년 22건이었던 것이 작년에도 26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벌써 9건에 이르고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에는 공기 유입량이 적어 불이 나면 불완전 연소하면서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데다 계단 통로가 굴뚝 역할을 해 진압대 투입도 어려운 만큼 특별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환기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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