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때문에 일본은 우리나라 성수대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 이번 지하철 방화 참사 때 현지까지 조사단을 보내 타산지석으로 삼으려 자료를 축적했다.
미국의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 때도 정부합동조사단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조사단까지 현지로 날아가 방대한 학습 자료를 챙겼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1994년 일본 고베에서 지진이 났지만 정부는 조사단을 보내지 않았다.
전국 어느 지방자치단체나 기관도 그런 발상을 하지 않았다.
9·11 테러 때는 조사 건의조차 묵살했다.
그 결과 남은 것은 신문 스크랩 정도의 단편적인 자료들뿐이다.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사고가 터지면 재난관리 전담부서가 생겼다가 금방 슬며시 없어지곤 해 왔다.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는 물론이고 하늘·바다, 땅 위 땅 속 가리지 않고 도시형 재난이 무차별적으로 발생하자 '재난관리법'을 만들긴 했으나 달라진 것이라고는 고작 특별재난지역 제도가 생긴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지하철 방화 참사도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위기였다.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지하철 화재 사고가 발생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가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부산에서 자동차를 향해 조준 사격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재난관리법 제13조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관리 대책을 수립해 시행토록 하고 있다.
이에따라 서울시는 658억원을 들여 체제를 갖췄다.
1995년에 119정보시스템을 구축했고, 2002년 3월22일엔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남산의 지하벙커에 창설했다.
과거의 119상황실, 재난재해상황실, 민방위 경보통제소 등을 통합해 202명의 인력이 자연재해와 모든 도시형 위기를 통합 관리토록 한 것이다.
반면 대구에서는 이번 참사 발생을 계기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첫째 위기 예방에 필수적인 지하철 관련 정보가 없었고, 둘째 사고 발생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지휘권을 가진 기구가 초기에 작동하기 않았다.
셋째 지하철공사의 위기관리 능력이 제로에 가까웠으며, 넷째 비상경보·안전요령 등을 포함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대구시의 위기관리 기능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경찰·소방·민방위·도시가스·응급의료실 등이 제각각 움직인다.
대구시의 위기관리 기구는 계(係) 수준일 뿐이다.
평상시 재난상황실에는 고작 3명밖에 근무하지 않는다.
행정자치부의 민방위 집행계획은 지하철을 대상 재난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2002년에 수립된 대구시 재난관리 계획에는 지하철 사고 예방 및 수습대책이 아예 빠져 있다.
예측 불가능한 도시 위기 발생에 체계적·조직적·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위기관리 시스템을 대구도 하루 빨리 구축해 도시의 생명선을 지켜야 한다.
그에 따라 위기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대비 훈련을 지속적·반복적으로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통합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가장 우선 과제는 통합정보망을 전제로 한 '통합 도시위기 관리 상황실'을 구축하는 것이다.
병원 당직의사와 병상 수 등이 위기관리 상황실 전산망에 연결돼야 구급차가 환자를 최적의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도시 생명선에 관한 각종 정보들, 예컨대 도시가스망, 지하철 노선망 및 운행제어통신망, 지하 통신선로망 등 지하 매설물 정보가 하루 빨리 전산 네트워크화 돼야 한다.
통합화 일원화된 위기관리 상황실에서 정보의 수집 및 전달, 통합 지휘 및 관리를 할 수 있어야 분·초를 다투는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지진 참사를 겪었던 일본 고베시가 또다른 위기가 닥쳐도 지탱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배워야 한다.
이번의 지하철 방화사건을 대구는 마지막 참사가 되게 해야 한다.
우동기(영남대 교수·도시경영 전공)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돈은 마귀, 절대 넘어가지마…난 치열히 관리" 예비공무원들에 조언
尹 강제구인 불발…특검 "수용실 나가기 거부, 내일 오후 재시도"
李 대통령 "韓 독재정권 억압딛고 민주주의 쟁취"…세계정치학회 개막식 연설
정동영 "북한은 우리의 '주적' 아닌 '위협'"
정청래 "강선우는 따뜻한 엄마, 곧 장관님 힘내시라" 응원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