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홈페이지 추모게시판에 대구지하철 참사 당일 1079호 열차를 탔던 한 여성 승객이 쓴 추도문이 올랐다.
그런 중에 교환교수로 가 있는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배현석 교수가 미국 미시간 주립대로부터 그 현지의 기사 하나를 번역해 보내왔다.
조나단 말라볼티라는 필자가 그 대학 신문 '더 스테이트 뉴스'(The State News) 21일자에 쓴 칼럼. 두 글을 다소 축약하고 함께 정리했다.
저는 대구에 사는 20살 여학생입니다.
먼저 고인이 되신 분들께 명복을 빕니다.
1079호 전동차는 제가 타고 있던 열차입니다.
아침에 일하러 갈 때 늘 타고 다니던, 대곡역을 9시29분에 출발하는 바로 그 지하철. 항상 맨 끝칸에 타는 버릇대로 그날도 끝칸에 탔습니다.
객차에는 늘 같은 시간에 보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중앙로역에 도착해 내리고 전동차 문이 닫히던 순간, 화재 경보가 울렸습니다.
그 순간 뒤를 돌아 봤으나 모두들 아무 일 없는 듯 무표정했습니다.
저도 그냥 누가 실수한 것이리라 생각했습니다.
화재 경보도 그쳤습니다.
지하2층 개찰구에서는 경보가 여전히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아무 일 아닌듯 사람들은 자기 갈길 바빴습니다.
한 여학생은 경보가 울려도 누굴 기다리는지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지하1층으로 올라 가자 사람들이 뛰고 있었습니다.
왜 저러지? 무슨 일 있나? 나도 모르게 덩달아 뛰었습니다.
역을 완전히 벗어나 가까이 있던 일하는 가게로 들어가서야 하늘에 검은 연기들이 솟은 걸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왜 뛰었는지도 알았습디다.
갑자기 소방차와 앰뷸런스들이 계속 들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다! 지하철 사람들은? 그리고 마냥 앉아있던 그 여학생은? 단 몇 분 아니 몇초 사이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가버리다니…. 그날 저는 종일 안부전화 받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수없이 전화해도 받지않았을 사람들, 애타게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 추모기간 마지막 날 중앙로역에 가 봤습니다.
시커멓게 변해 버린 역. 내가 이 길을 올라왔던가 싶었습니다.
살아있는 제가 죄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 갈수록 점점 짙게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한 송이의 국화꽃을 바치는 것뿐이었습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다시는 이런 고통 받지 않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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