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안에서 시신 150구 수습

입력 2003-02-26 08:55:06

1080호 사고 전동차안에서 최종적으로 150구 안팎의 유골이 수습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로써 전동차내 유골수는 경찰의 당초 추정치(79)의 두 배에 달했고, 이번 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도 200여명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훼손이 심한 상태여서 유전자 감식을 위한 DNA추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 1080호 전동차내 유골은 몇 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집단사망자관리단이 최종 수습된 유골의 수를 밝힌 것은 20일 월배차량기지내에서 1080호 사고 전동차에 대한 유골수습작업을 시작한지 일주일째만이다.

국과수측에 따르면 25일 정오까지 1080호 전체 객차 6량에 대한 90%가량의 유골 수습을 진행한 결과, 6호차 55구, 5호차 50구, 4호차 13구, 3호차 2구, 2호차 7구, 1호차 1구 등 128구가 발견됐다.

25일 자정까지의 수습작업 결과, 5호차와 6호차에 추가로 10구 가량이 더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이번 주말까지 정밀재조사가 끝나면 10여구가 추가될 것으로 보여 전체 유골의 수는 150구 안팎이 된다.

이와 관련 경북대 법의학팀 채종민 교수는 "유골이 마구 뒤엉켜있는데다, 한 구인데 두 구로 혹은 두 구인데 한 구로 착오가 생길 수 있어 유골 수에 대한 단정은 어렵다"고 했다.

국과수측은 수습된 유골의 절반 가량은 불에 심하게 타는 등 훼손상태가 심해 유전자 추출이 어려워, 각종 유류품이 신원확인에 결정적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6일까지 전동차내에서 나온 유류품은 타다 남은 책, 지폐, 외국화폐, 옷, 도장, 목걸이, 틀니, 대학교재로 보이는 전문서적, 찬송가책, 노트 등 모두 100여점에 달한다.

이들 유류품을 통한 신원확인은 노트글씨를 확대해 생전의 필적과 대조하거나, 타다 남은 옷의 사이즈.색깔.무늬 및 도장에 새겨진 이름을 확인하는 방식등으로 이뤄지게된다.

채교수는 "유전자 감식은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시신이 훼손됐더라도 일단 유류품으로 최대한 신원확인을 해낼 것"이라며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실종자의 소지품 등에 관한 자료를 먼저 넘겨 받아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과 대조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 나머지 160여구는 어디에?

25일까지 미확인 실종신고된 319명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8구, 전동차내 150여구를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160명 가량의 큰 차이가 나고 있어, 이에 대한 규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머지 160여구는 어디에 있을까? 현재로선 전동차내에서 완전히 재로 소실됐거나, 실종자 신고가 실제보다 많았거나, 유골이 유실됐을 경우 등 세가지 경우를 추정할 수 있다.

첫째 경우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가 지배적. 채 교수는 "아기의 경우는 전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의 유골은 두개골이 남거나, 전동차 바닥에 닿인 부분은 불에 타지 않고 남는 등 완전 재가 된 것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실종자 수가 더 많을 것이란 의문에 대해선 이중.허위신고가 다수 포함됐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국과수측은 이와 관련 경찰의 정밀한 실종자 수 파악을 요청한 상태다.

셋째 유골 일부가 물에 씻겨 내려 갔거나 다른 곳에 흩어졌을 것이란 추정은 현재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앙로 화재현장에서 수거해 안심기지차량 주차장에 야적된 화재 잔재물 더미에서 25일 낮 4점의 시신일부가 발견됐기 때문.

◇ 경찰.신원확인팀의 과제는?

1080호 전동차 전체에 대한 유골 수의 윤곽이 잡힘에 따라 국과수, 경북대 법의학팀 등 신원확인팀은 28일쯤 정밀재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과수 집단사망자관리단 이원태 단장은 26일 실종자 유가족 대상으로 가진 설명회에서 "개인식별에 필요한 감정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밀재조사 결과 정확한 유골의 수는 이번 주내로 가능하다는 것.

정밀 재조사는 한 사람분의 뼈에서 같은 이름의 뼈가 두 개 포함됐을 수도 있기 때문. 이에따라 신원확인팀은 이미 각 구획마다 분류한 한 사람분의 뼈 조각 하나하나마다 뼈이름을 붙여가며 한 사람의 것인지 확인하게 된다.

채 교수는 "정밀재조사 작업은 2,3일 가량, 전체 유골에서의 유전자 추출 및 감식은 한 달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골에 대한 유류품 대조, 법치학적 검사, 유전자 검사이외에도 '두개골 안면복원술'(신원이 전혀 나오지 않을때)이나, '슈퍼 임포즈'(안면 대조술.생전 사진과 두개골 사진을 붙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조해 확인)등 첨단기법을 동원할 예정이다.

경찰은 실종자 인적사항이나 행선지에 대한 조사작업, 정확한 실종자 수, 유골의 유실 등의 재확인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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