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소주 파티'

입력 2003-02-25 13:11:31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1면에 사진을 싣지 않는 전통을 고수해 왔었다.

물론 컬러제작도 멀리했었고 따라서 흑백(黑白)지면은 권위의 상징으로 돋보였다.

세상의 흐름은 어쩔수 없는 모양인지 이런 원칙은 깨졌지만 세계적인 명성(名聲)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직도 세계최고의 엘리트신문으로 르몽드를 첫번째 순위로 치는 경우가 많다.

독자들이 진실로 원해서 보는 유가(有價)부수(우리와 다르게 유가부수가 곧 발행부수)가 40만부 정도이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170 여개국에서 정기적으로 수입해 구독할 정도다.

'정보수출'이 거의 없는 우리와 비교하면 부러운 일이다.

▲이 권위를 비판하는 책이 발간될 예정이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필립코앙', '피에르 페앙' 두 기자가 쓴 '르몽드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책을 이번주에 출간 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내용 일부 발췌해 소개했다.

내용의 핵심은 대통령 선거때 편파보도. 르몽드가 지난 95년 대통령 선거당시 총리였던 '에두아르 발라뒤르'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여론에서는 이미 선거가 끝났다"는 제목을 붙이는 등 편파보도를 일삼았다는게 두 기자의 폭로다.

▲우리나라 신문 특히 소위 '빅3'이라는 신문에 대해 말이 많고 노무현 대통령 정부 출범과 함께 시민단체 등 개혁의 목소리가 신문계를 향해 칼날이 섰다.

여기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시장 직접개입,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매체 인터뷰내용도 포괄적으로 보면 언론개혁에 대한 압박이 아닌가 싶다.

사실 신문시장의 잡음은 과점 신문사들의 횡포에 가까운 행위에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고치겠다고 해 놓고도 자전거 등 경품을 미끼로 독자들을 호객(呼客)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 직접개입이라는 타율규제를 불러온 것으로 봐야 한다.

'언론에 재갈'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국민들이 전적인 동의를 보내는지는 챙겨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문계에 대한 방침은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취임후 한 두달안에 청와대, 정부 모두 가판신문 구독을 전부 금지시키겠다는 언급은 주요 여론수집, 정보취득매체를 인쇄서 융합(融合)으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완전히 끊고 '소주파티'등 로비방법이 아니라 원칙대로 문제 접근까지 제시해 언론개혁은 이래저래 속도가 붙을 모양이다.

언론의 으뜸의 기능인 비판에 충실하자면 도덕적 우위에 서야 설득력도 창출할 수 있다.

언론이 스스로 고민하라는 국민들의 요구, 어떻게 순응하나.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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