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시대 개막 의미②>국정운영 방향

입력 2003-02-25 12:12:45

'새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나갈 것입니다'

25일 취임사에서 밝힌 노무현 신임 대통령의 국정운영방향이다.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의 국정운영방향은 크게는 '개혁과 통합'이라는 틀속에서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이라는 4대 국정원리로 잘 표현돼 있다.

한마디로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노동,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부분에 걸쳐있는 구시대적인 관행을 철폐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국정운영방향은 청와대 비서실 인선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등 오랜 측근 및 운동권 경력의 386세대 등 자신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인사들로만 비서실을 채웠다.

파격인사는 참여정부의 첫 조각에서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은 샛별중학교 교장, 강금실 변호사와 영화감독 이창동씨 등을 각각 교육부총리와 법무장관,ㅍ문화부장관 등으로 기용하겠다는 발탁인사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이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는 혁명적인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강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구도는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주류세력 교체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50대 대통령의 탄생이 세대교체와 주류세력의 변화를 예고하는 지표로 인식되기는 했지만 노 대통령은 인수위구성에서부터 비서진구축, 조각 등을 통해 구시대 인물의 기용을 애써 피해왔다.

문재인 민정수석은 '주류세력의 교체를 지향하느냐'는 지적에 "우리가 주류아니냐"는 말로 대신했다.

과거 우리 사회의 변방에 머물렀던 개혁성향의 학자와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NGO)출신 인사들이 권력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전문관료와 보수세력들은 비주류로 내몰렸다.

내각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국민화합형 인사를 건의하자 "내각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이끌어가야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며 가치관이 다른 인사들의 내각참여를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 정부의 또다른 국정운영의 기조는 권위주의의 청산과 지방분권 등 권한과 책임의 분산이다. 그러나 권력분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가 향후 국정운영과정에서 1백% 지켜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노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책임을 대폭 위임하고 대통령은 인수위가 정한 12개 국정 과제와 전략적 국가과제, 첨예한 조정과제, 미래를 위해 꼭 준비해야 하는 과제들만 집중적으로 챙길 것"이라며 새정부에서 실질적인 책임총리제 및 장관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의 국정장악력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행정부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만큼 국무총리의 권한강화와 각 부처의 자율적인 정책결정이 가능해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과거 어느때보다 강력하다.

노 대통령은 ▲지방이양일괄법 제정과 ▲자치입법.조직.인사권 등 사전규제적 기능의 전면 재검토를 통한 대폭 이양 ▲지방대학 및 지방산업육성 등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 역량 강화 및 국토의 균형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역시 대통령의 지속적인 실천의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공약으로 제시한 지방분권특위와 국가균형위 설치 등이 태스크포스의 추진과제로 남겨지는 등 지방분권화의 실현여부는 아직 불투명한게 사실이다.

다른 무엇보다 새 정부 국정운영의 시금석은 북핵문제와 한미관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핵개발 계획포기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원칙아래 한미일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대응을 포함한 대북강경책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과의 시각차를 극복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북핵문제는 한미간이나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북미간 최대현안이라는 점에서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는 한미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나선 노무현 정부와 미국과의 갈등부터 해소해야한다는 과제가 전제돼있다.

이 과정에서 불거져나오고 있는 양국내의 반미, 또는 반한기류를 극복하고 주한미군철수문제 등을 냉철하게 해결하고 보다 성숙한 관계를 이끌어내느냐 여부도 노무현 정부에 던져진 숙제다.

노무현 정부가 당면한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고하게 얻기위한 바탕은 현재의 불안한 경제국면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고 온 국민이 잘 사는 경제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 북핵문제와 한미관계 및 경제위기 국면이라는 삼각파고를 극복하고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경제재도약 비전을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하는 현실과 맞서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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