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생활 5년을 마감하고 동교동 집으로 돌아가는 김대중 대통령의 가슴속엔 만감(萬感)이 교차할 것이다.
당명(黨名)까지 새천년민주당으로 바꿀만큼 의욕적이었으나 그 천년의 첫 5년은 결과적으로 답답했다.
외환위기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같던 순간, 그는 끝내기에 실패한 것이다.
유종의 미(有終之美)-그것은 영원한 화두(話頭)이다.
자신의 업적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그의 얘기도 틀리진 않다.
그러나 뿌리가 같은 노무현 당선자와 그 측근들마저 대선(大選)이 민주당의 승리임을 부정했고, DJ의 후계자이기를 거부했으니 미래의 평가보다 '당장의 비판'이 안타까운 것이다.
'리틀DJ'라는 한화갑 대표마저 동반퇴진하는 사태로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이제 개혁의 격랑에 휘말릴 판이다.
냉정히 보면 김 대통령의 업적 또한 적지 않다.
환란(換亂)의 극복과 인권.복지개선에의 노력,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등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족적으로 남을 것이다.
반면 '제왕적 대통령'이란 부정적 호칭이 보여주듯 5년내내 여야관계를 갈등관계로 몰아갔고, 정경유착.인사(人事) 실패.아들 구속은 심각한 민심이반과 함께 정권말기의 경제난까지 부추김으로써 국민을 슬프게 했다.
지역갈등 치유에 실패한 것 또한 노무현 정권의 부담으로 떠넘겨졌다.
DJ 국정평가를 물은 한 설문에서조차 영남쪽은 3분의 2가 '잘못했다', 호남쪽은 3분의 2가 '잘했다'이니 참으로 답답하다.
한화갑 대표는 자신의 사퇴명분을 DJ퇴진에 맞췄다.
개혁이 시대의 과제라면 대통령과 한화갑 대표의 동반퇴진은 옳다.
상도동과 함께 '동교동'이란 이름도 더이상 정치적 용어(用語)가 되어선 안된다.
이제 개혁파, '신주류'는 개혁마(馬)에 채찍을 가하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민주당의 개혁은 한나라당의 개혁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곧 '한국정치의 개혁'이 된다.
실패하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한다.
"그 난리 치더니 겨우 이거냐"고. 노무현호(號)는 DJ의 실패에서 길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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