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때 중앙로역 구내 화재경보기가 제대로 작동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매일신문 취재팀 확인 결과 중앙로역에는 모두 23개의 화재경보기가 설치돼 있어 경고음 발생시 매우 큰 소리가 나야 할 상황이지만 당시 승객들은 한결같이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1080호에 탔다가 대피한 신영순(53.여.대구 방촌동)씨는 "사고 당시 아무런 화재경고음을 듣지 못했다.
경보음을 들었다면 중앙로역 도착 직후 출입문이 열렸을 때 모두 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측은 플랫폼이나 개찰구가 있는 2층 등은 몰라도 중앙로역 역무실과 종합사령실에서는 경고음이 울린 것으로 확인됐을 뿐 아니라 두 지점의 경보시스템이 연결돼 있는 특성상 사고 현장에서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 수사본부는 지하철공사 기계설비 사령실 근무자들이 사고 당시 화재경고음이 울렸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오작동으로 간주해 무시했음이 밝혀졌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경보 즉시 대응에 나섰더라면 오전 9시55분30초에 대구역을 출발한 1080호 전동차의 중앙로역 진입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은 또 작년 12월 한달간 기계설비 사령실에서 화재경보 오작동이 96차례 발생한 사실도 확인, 시스템 결함으로 중앙로역 플랫폼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화재 경보 및 그 처리 여부가 문제되자 지하철공사는 23일 종합사령실 내 기계설비 사령실을 공개했으나 관련 기록이 서로 달라 또다시 의혹을 샀다.
사령실 2대의 감시컴퓨터에는 사고 당시 사령실에 화재경고음이 울린 것으로 기록돼 있었으나 그 시각은 각각 오전 9시53분45초와 9시56분 12초로 3분 정도 차이 났던 것.
이에대해 지하철공사 측은 "시간 기록이 다른 것은 컴퓨터 시간 세팅이 잘못된 탓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결돼 있는 컴퓨터여서 따로따로 경보가 울릴 리가 없다는 것. 그러나 공사 설비팀 관계자는 "자동제어시스템이 1992년에 설계된 것이어서 설비가 낡았고 전송속도도 느려 중앙로역으로부터 전달된 화재 경보가 사령실에 늦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사령실 한 근무자는 "그동안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많아 경보가 울리더라도 현장을 확인한 다음 대처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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