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뒤적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읽어서 예전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던 재미는 사라졌지만 문득 상실감이란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결코 버릴 수 없는 영원한 동반자란 생각이 스며들었다.
하루키 문학의 저변을 흐르는 상실의 개념은 은은한 커피향이 묻어나오는 언어의 달콤함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와는 상이하게 다른 의도를 지니고 그야말로 절망과 상실이 어울려 춤을 추는 감성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문열의 소설에 나타나는 추락은 한국적 정서가 배어 있는 추락이다.
그 안에는 보다 낳은 삶을 향한 주인공의 절규를 느낄 수 있다.
추락하는 자의 추락을 통해 신선한 삶의 갈망을 갖게 해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상실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면 이 소설은 상실을 통한 구원을 보여준다고 할까?
어찌되었든 상실감이나 추락, 절망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자주 애용하는 내용이고 화두들이다.
그만큼 작가는 예민하게 시대적 그늘이나 어둠을 여과 없이 들여다보고 읽어내야만 한다.
소설을 시대를 표현하는 일종의 거울이라고도 부르지만 정치나 과학처럼 빠른 걸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아니다.
시대를 투영하거나 비쳐주는 사람을 작가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무얼 해 왔는지 스스로 막막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이상의 날개나 오감도처럼 비현실적인 상상 속에 갇혀, 출구도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허덕였을 뿐이라는 느낌들이 검은 안개처럼 솟아오른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숨 가쁘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정작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은 현실에 비하면 너무도 낮은 농도의 산물로서 이미 어제의 것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궁금하다.
단순히 일회적 호기심이나 만족을 채워주는 감성의 대체수단으로 소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진대 영혼도 없는 황폐의 사막에서 허덕이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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