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방비가 키운 大慘事

입력 2003-02-19 12:13:19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는 지하철이 기습방화나 테러, 독가스 등 화생방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이러한 기습재난은 대구뿐 아니라 전국 지하철과 앞으로 건설될 고속철 도심통과 구간의 지하화 시설 등도 마찬가지여서 재난시설의 확충과 철저한 사전훈련이 시급하다.

모든 지하철에는 첨단 스프링클러와 배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기습방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화재발생시 열 또는 연기를 감지해 자동 작동되는 스프링 쿨러는 2층 대합실과 통로에만 시설돼 있을 뿐 승강장엔 수동 소화전이 유일한 화재 예방설비다.

승강장과 선로 경우 전차선에 고압전류가 흘러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킬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강장 화재사고는 초동조치가 조금만 늦어도 이번 참사와 같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현재 대부분 지하철 역사에 대한 안전 감시 업무는 당직자 한두명이 감당하고 이마저 역무실에서 CCTV를 통해 상황을 체크할 뿐이다.

특히 전동차의 운행이 끝나는 밤1시 이후에는 근무자들이 퇴근과 동시에 무인감시 시스템으로 전환돼 불순분자가 마음만 먹으면 시설물 테러는 떡먹기다.

이번 사고는 불이 나자 과전류로 전력이 차단돼 승객들이 어둠과 유독연기 속에서 통로를 찾을수 없어 인명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비상배터리나 출구안내 야광표지판도 없었다니 기가 막힌다.

이번 인명피해의 첫째 원인은 유독연기다.

객차내 시설물 중 의자내부는 화학섬유, 겉은 천연 양모이며 바닥재는 미놀륨, 내벽은 플라스틱 재료로 유독가스 배출과 직결돼 있다.

이들 모두 소방분류상 난연재에 속하지만 이것도 소형화재에 한하고 이번처럼 주변전체가 초고온에 휩싸이면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는 공포의 살상 무기로 둔갑한다.

차제에 이러한 시설물을 유럽 및 홍콩, 미국처럼 불연재 혹은 최상급 난연재로 바꿀 필요가 있다.

또하나 재난에 대비한 훈련이 안된것도 참사의 큰 원인이었다.

아직까지 방공 및 소방훈련은 지상 시설물에 한해 실시했지 지하 시설물에 대한 훈련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날 사고도 전동차내에 비치된 소화기를 승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면 초동에 진화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소 훈련이 안된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모두 우왕좌왕 대피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재난훈련을 생활화하고 전동차내에 대피요령 등을 붙이는 등 재난대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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