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오후

입력 2003-02-19 12:23:18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

잠못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

내 유년에 날라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폐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울 수 없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이근배 '냉이꽃'

해방 전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겪고 그 이데올로기의 충돌 속에 동족상쟁의 고통을 씹고 살았던 이 시인의 유년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유년의 눈으로 본 어머니의 모습을 냉이꽃이라는 텃밭의 식물과 결부시키면서 사상가의 아내였다는 이유만으로 욕설과 함께 날아오던 그 돌멩이들이 아직도 울음으로도 풀 수 없는 것이 되어 냉이꽃과 함께 머물고 있는 것이다.

장편이 될 사연을 단 몇 행의 시로 압축시키고 있다.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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