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낚시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겨울이라면 겨울이 봄으로 바뀌는 요즘은 산꾼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겨우내 내린 눈과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등산로가 엉망인데다 산불위험으로 입산통제되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과는 달리 산이 그립다고 사전에 확인을 않고 배낭을 꾸려 나섰다간 산에는 발도 못붙여보고 돌아서야 할지도 모르니 사전에 충분히 알아보고(표 참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구름이 달리는 산'이란 뜻의 운달산(雲達山·1,097m). 문경시 산북면 김용리에 자리 잡고 있다.
주흘산, 조령산 등 문경의 다른 산들보다는 이름은 덜 알려져 있지만 높이도, 경관도 다른 어느 산에 뒤지지 않는다.
산불경계기간이지만 아직까지는 정상까지의 주등산로가 개방되어 있어 산이 많다는 문경에서도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산행은 김룡사(金龍寺)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에서 1㎞ 정도 떨어진 김룡사까지는 완전 평지로 대형버스도 진입이 가능하지만 하늘을 향해 뻗은 고목들 가운데로 난 산책로를 몸이 조금 편하자고 차로 후딱 지나친다는 것은 너무 아쉽다.
한때 45개의 말사를 거느린 31본산 중의 하나였던 김룡사에는 요즘 불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97년말 화재로 대웅전 등 일부만 남고 소실된 건물 복원 공사다.
한꺼번에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어 국내 온돌방 중 최대였다는 설선당 복원도 대충 다 끝나가는 듯하다.
대웅전 바로 뒤에 솟아있는 소나무동산은 잎을 다 떨구고 있는 회백색의 다른 봉우리들과 비교되면서 유난히 푸르게 느껴진다.
김룡사와 소하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대성암(大成庵)은 비구니가 수도하는 곳. 높다란 벽과 단청을 입히지 않은 오래된 목조건물은 속세와는 인연을 끊고 오직 수도에만 전념하는 비구니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열린 문을 통해 살짝 들여다 본 잔디 깔린 정원은 조금 전에 청소를 마친 듯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대성암 위쪽으로 15분 정도 올라가면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양진암(養眞庵)이 나온다.
다시 돌아나와 정상으로 통하는 등산로로 접어들면 수백년동안 살면서도 땅 넓은 줄은 모르고 하늘 높은 줄만 안 것 같은 전나무 숲길이 또 나타난다.
이곳 나무들은 하나같이 쭉쭉 곧다.
나무들 사이에 부러질지언정 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이런 길은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화장암(華藏庵) 입구 넘어까지도 이어진다.
화장암~정상 코스가 조금은 더 가파르지만 계곡을 끼고 오르는 것보다는 산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화장암 출입문은 사시사철 닫혀 있다.
그러다 보니 무단출입하는 사람에게는 불호령을 내릴 정도로 원주스님이 무섭다는 말도 나돈다.
방해받지 않고 수행에만 몰입하겠다는 스님의 의지가 왜곡된 것이다.
현재 운달산에 있는 4개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은 금선대(金仙臺).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 옛날 신선이 내려왔다는 전설 때문에 암(庵) 대신 대(臺)를 쓴다고 한다.
금선대로 통하는 길은 과거에는 화장암 바로 위에 있었다.
그러나 일반 등산객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지금은 거의 없어진 상태고 스님들이 이용하는 길은 한참을 더 올라가야 나온다.
화장암을 뒤로 하고 산 복판으로 난, 조금은 어슬픈 산길을 30분 정도 오르면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빽빽한 관목 때문에 시야는 트이지 않는다.
가파르면서도 눈이 녹아 미끄러운 길은 1시간 정도 더 이어진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중간중간 등산로를 가로질러 누워 있는 나무는 훌륭한 쉼터가 된다.
정상이 눈에 들어오는 암릉지대부터는 완전히 딴 세상이 펼쳐진다.
보이는 것은 눈(雪)과 나무, 하늘뿐이다.
조금 걸으면 진흙탕으로 더럽혀졌던 등산화가 깨끗하게 씻겨진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발목 이상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다.
아무리 베테랑 산꾼이라도 두 발로 서서 통과할 수 없는 난코스 두어개를 지나면 어느덧 정상 바로 밑 헬기장. 말썽꾸리기 자녀 훈육용 회초리나 윷을 만들기에 딱 알맞은 싸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분 정도 더 오르니 산 정상임을 말해주는 자그마한 표지석이 보인다.
정상 바위에 올라서면 군청 소재지였던 문경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이, 남서쪽으로는 속리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30분 정도 걸리는 '잘록이'까지 하산길은 신난다.
눈이 많고 경사가 심해 '조심해야 한다'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의 뛰다시피 된다.
가파른 경사 때문이다.
옷이 젓는 것을 감수한다면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구간도 많다.
'잘록이'에 특별한 표지판은 없다.
큰 밤나무가 있고 다른 곳보다 주변 나무에 리본이 조금 많이 달려 있을 뿐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20여분을 더 내려오면 물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문경8경 중의 하나로 '냉골'이라고도 불리는 운달계곡이다.
응달에 조금씩 붙어 있는 얼음과 바위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봄이 지척에 와 있음을 가르쳐 준다.
등산로 건너 맞은편 등성이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죽의 푸른 잎은 계절을 잊게 한다.
여름에는 하늘을 가린 울창한 숲이,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멋지다는 것이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동행해 준 김규천(46·전 문경시청 공무원·문경문화연구회 회장)씨의 귀띔이다.
계곡 상류에서 김룡사까지 내려오는데는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면 족하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구미IC 지나 중부내륙고속도로 접어든 뒤 상주IC에서 빠짐→문경시가지 직전 네거리에서 안동·예천 방면으로 진입→산양농공단지 지나자마자 도로 왼쪽 금강주유소에서 단양·산북 방면으로 좌회전→ 산북면사무소 소재지 지나 대하2리 삼거리에서 좌회전→김룡사
▶산행코스: 김룡사~화장암~암릉지대~헬기장~정상~잘록이~운달계곡~김룡사, 4시간30분 소요.
▶주변 가볼 만한 곳: 신라 고찰로 4면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는 사불암이 뒷산 중턱에 있는 대승사가 차로 10분내 거리에, 장수 황씨 종부들의 손끝으로 전해져 온 가양주로 민속주인 '호산춘' 제조공장이 산북면 면소재지에 있다.
▶먹을거리: 운달산장식장(054-552-6644) 등 닭백숙(3만원)과 산채비빔밥(5천원)을 주로 취급하는 식당이 김룡사 주차장 입구에 4개 있다.
또 녹각, 구기자 등 17종의 한약재를 넣어 요리한 한방오리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나무집식당(054-552-5395)이 산양면 소재지에 있다.
글·사진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경북도내 시·군 산불대책본부
시군별전 화
포항시(054)245-6323
남구(054)280-0423
북구(054)240-0424
경주시(054)779-6312
김천시(054)420-6312
안동시(054)851-6312
구미시(054)482-5635
영주시(054)632-1718
영천시(054)330-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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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054)550-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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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군(054)380-6312
의성군(054)830-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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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054)650-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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