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의 체험교육이야기-봄의 새생명 만나기

입력 2003-02-18 09:32:04

산과 들로 새로운 생명을 만나러 가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2월 중순부터 산과 들에 봄나물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보자" 라는 노래는 더러 알지만 실제 나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른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지면서 나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릴 적 먹을거리의 경험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말처럼 나물을 관찰하고 나물과 친해지는 계기가 있으면 어떻게 될까? 채식을 통해 육식 위주의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는 계기로 삼는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들판의 양지바른 곳에서 하는 봄나물 공부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이 된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까? 먼저 나물이란 무엇일까? 나물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막상 나물이 뭔지 얘기하라면 막막하다.

사전이나 인터넷에서 나물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자. 나물은 흔히 삶아먹는 숙채와 생것으로 먹는 생채가 있고 또 산나물, 들나물로도 나뉘어진다.

숙채와 생채, 그리고 산나물과 들나물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것들을 분류해보자.

안왕식의 산나물연구(www.sannamul.net), 유아나 초등 저학년들에겐 '들나물 하러 가자'(도토리 기획, 이제호 그림)이나 '산나물 들나물'(전원문화사, 이종욱저) 등의 책이 도움을 줄 것 같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자료를 찾았다면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달래, 냉이, 씀바귀, 취나물, 고사리, 쑥, 개미취, 꽃다지 등을 중심으로 모습과 영양분들을 따져보자. 다양한 자료를 찾아 파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또 쉽게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도 어떤 나물들이 나와 있는지 조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산과 들에서 무얼 할까? 호미나 모종삽을 들고 야트막한 야산이나 들판께로 나가면 아직 파릇한 잎들이 잘 보이진 않는다.

없다고 되돌아서지 말고 건초더미나 낙엽들 사이를 살펴보자. 막상 없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누런 낙엽 사이를 조심스레 파헤치면 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시커먼 거름 사이로 반가운 파란 생명들이 돋아나고 있다.

아직 이른 봄이라 산에서는 취나물이 맨 먼저 보이고 나무에 열리는 다래순 나물들이 하얀 솜털 같은 봉오리를 맺은 게 보인다.

들에는 냉이, 꽃다지, 씀바귀, 돌나물들이 눈에 띈다.

대개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 사이에 봄나물이 가장 왕성하기 때문에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자녀들에게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을 돋우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준비해 간 사진으로 비교하고 또 사진을 찍고 돋보기 등으로 뿌리나 잎을 관찰하자. 할머니들은 대개 사투리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투리와 표준말을 비교해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체험할 때 주의할 점은 무조건 나물을 캐는 게 목적이 아니고 자녀들이 먼저 생명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나물을 캘 때 필요 이상의 욕심을 버리고 한 번 정도의 먹을거리만 장만하는 게 좋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나물을 상하게 하지 말고 한 곳에서 조금씩 캐자. 포기가 작은 어린 싹들은 남겨두고 따는 아량도 베풀 줄 안다면 더욱 좋을 듯하다.

(미디어교육연구소 체험교육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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