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5년간의 시범테크노파크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대구 및 경북 테크노파크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대체로 과거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하드웨어 인프라 조성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지만, 지식정보시대의 핵심인 소프트웨어(SW) 부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또 산업자원부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한 경북테크노파크와 최근 들어 중위권을 맴돈 대구테크노파크 각각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육성과 지역기술혁신의 중심(hub:허브)으로서 산업의 첨단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추역할을 담당해야 할 테크노파크가 적잖은 비판의 대상이 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도 참여 주체 기관들이 테크노파크 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 보다는 참여 기관 자신의 이해관계를 더 우선시하는 '무지'와 편협한 '이기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산자부와 대구시, 경북대, 계명대, 영진전문대 등 5개 기관이, 경북테크노파크는 산자부, 경북도, 경산시 및 영남대를 포함한 경산권 5개 대학이 함께 사업을 추진했다.
참여 기관간, 특히 참여 대학간의 갈등은 테크노파크 사업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진행될 때 이미 예견된 셈이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의 성공요소 중 하나가 튼튼한 네트워크의 구축인 만큼 이러한 갈등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필연적 과제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대구테크노파크는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경북테크노파크는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핵심역량으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경북대와 영남대는 자기잇속만 챙긴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다른 대학들은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 손해를 볼까봐 알면서도 모른 체 한 것입니다".
테크노파크에 참여했던 한 교수의 솔직한 고백이다.
참여 대학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지역사회의 리더십은 더욱 요청됐고, 이 점에서 대구와 경북은 뚜렷이 다른 길을 걸었다.
대구테크노파크 참여 기관과 직원들이 사업목적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공유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은 내부갈등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대구시와 경북대 파견직원, 자체 선발 직원 사이의 부조화로 파견직원들이 되돌아가는 사태가 발생했고, 특정인에 대한 음해가 잇따랐으며, 대구시의 정책 방향도 엉뚱하게 진행됐다.
대구시는 테크노파크를 지역기술혁신의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구테크노파크 산하에 있던 중소기업기술지원센터를 도로 떼내어 또다른 독립 재단법인 '대구기계부품소재기술혁신센터'를 만들었다.
또 제2대 사업단장 선정 때 테크노파크를 잘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벤처기업인들과 언론이 요청했지만 묵살되고, "참여기관이 사이좋게 사업단장을 나눠맡자"는 황당한 논리로 테크노파크사업과는 전혀 관계없던 인물을 임명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테크노파크 직원들이 제자리를 찾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대구테크노파크 한 직원은 "관료 보다 더 관료적이다는 등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 주지 않는데 우리 직원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반문했다.
참여기관이 훨씬 많아 어떤 측면에서는 대구테크노파크 보다 합의점을 찾기가 더 힘들 수도 있었던 경북테크노파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갈등의 중재자로서 이의근 경북지사의 능력이 돋보였다는 게 관련자들의 설명이다.
중심기관으로서 영남대의 역할이 공인되고, 나머지 대학들은 특화센터를 중심으로 자체 발전전략을 수립키로 한 것이다.
예산 등 자원의 배분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졌다.
기본틀이 완성되자 경북테크노파크는 자립기반을 다지기 위해 (주)MK테크〈금형전문회사〉 및 (주)경북티피〈고급정보기술 교육기관〉 등의 자회사를 설립했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제안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경북테크노파크를 기술혁신의 중심으로 발전시키려는 경북도의 지원도 전략적으로 이루어졌다.
섬유기계연구센터와 태양열에너지개발지원센터는 물론 안동에 건설될 생물건강산업사업화센터까지 모두 경북테크노파크 산하기구로 만들었다.
지역진흥사업을 촉진하고 혁신사업기관을 평가하는 경북R&D(연구개발)기획평가 사업도 함께 맡겼다.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만들 때보다 행정 등 지원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데다, 효과적인 네트워크의 활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5년간의 성과로 테크노파크의 성패를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경북테크노파크가 지금까지 전국 6개 시범테크노파크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더라도 완전 자립과 지역산업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대구테크노파크 역시 과거의 시행착오가 오히려 '약'으로 작용해 더 큰 도약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 대구시의 과학기술진흥실 신설은 대구테크노파크가 제자리를 찾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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