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지금 어디에...' 미아 부모 가슴 찢긴다

입력 2003-02-17 15:05:51

"우리 준원이가 가족과 헤어진지도 3년이 돼 갑니다.

취학 통지서가 준원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가겠다고 그렇게 졸라댔었는데…".

한창 진행 중인 각급 학교 졸업식, 그리고 곧 이어질 입학식. 이 즈음이 되면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의 가슴이 더 타고 허전해진다.

그러나 12년여 전 개구리소년들 실종 사건 당시 반짝했던 실종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또 묻히고 있다.

◇내 아이를 찾아 주세요 = 앞의 편지는 최근 매일신문 '독자와 함께' 주소로 보내진 e메일의 일부. 보낸 이는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 모임' 최용진(42.서울) 회장이었다.

그는 전국의 곳곳으로 메일을 보내면서 함께 송부하는 사라진 아이의 사진을 홍보물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최씨가 여섯살이던 딸 준원이를 잃은 것은 2000년 4월이라고 했다.

전국의 아동보호시설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 요즘은 곳곳에 보내는 e메일 답장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해마다 다시 오는 취학통지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대구의 이강식(39.송현동)씨는 세살배기 딸 다음이가 집 앞에서 없어진 뒤 12년째 소식이 없다고 했다.

누가 데리고 가는 걸 이웃이 봤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 후 이씨는 생업마저 포기한채 전국을 돌며 8만여장의 전단지를 뿌렸다.

"지금은 가슴만 아플까봐 만나는 친지들도 아이 얘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전국 경찰서 등으로 보내느라 이제 다음이의 얼굴이 든 사진조차 거의 남지 않았다고 했다.

2001년 8월 해운대에서 다섯살이던 딸 정윤이를 잃은 부산의 최모(41)씨는 "믿을 데라고는 없어 지금은 5년 안에 찾을 수 있으리라는 역술가의 말에서라도 위안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실종아 부모는 "아이를 100명 잃어버리면 1천여명의 인생이 파탄난다"고도 했다.

아이가 실종되고 나면 그 2, 3년 내에 해당 가정의 70% 가량이 가정불화.이혼 등 심각한 가정붕괴까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명 중 3명은 장기 미아 = 보건복지부의 위탁으로 미아 찾기 일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복지재단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매년 3천여명의 미아(18세 이하)가 발생하며 대부분은 3일 이내에 집으로 돌아가나 연간 200여명씩은 그 이후에도 찾아지지 않아 이 센터로 신고된다.

1986년 센터가 설치된 후 작년 말까지 신고된 이런 장기 미아는 3천272명. 그 중 77.8%인 2천546명은 다행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나 726명은 여전히 종적을 알 수 없다.

그때문에 500여명에 대해서는 부모가 찾기를 포기했다.

장기 미아로 센터에 신고된 경우는 1986년 565명(303명이 추후 상봉)에 이르렀다가 1998년 115명(91명)으로 감소한 뒤 1999년 136명(91명), 2000년 206명(162명), 2001년 192명(198명), 2002년 215명(237명) 등 연간 2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미아들이 보호조치 될만한 시설은 전국에 신고시설 273개, 미신고시설 128개 있으며, 미신고시설 아동 1천700여명을 포함해 2만여명의 기.미아가 이런 시설에 보호되고 있다고 보건복지부는 집계했다.

◇미아 찾기 장치 여전히 불비 = 미아가 발견돼 파출소에 신고되면 24시간 후 시.군.구청으로 통보되고 이어 '일시보호소'에서 석달간 보호되다가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이 과정에서 '아동카드'가 작성돼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로 보내지며, 그 후에는 이 센터와 경찰 182센터가 미아 찾기 업무를 전담한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 센터 홈페이지(www.missing child.or.kr)에 전국 5만5천여명의 기아.미아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 이번 달부터 미신고 보호시설도 생계급여 신청 때 아동의 사진 등이 부착된 아동카드를 제출토록 의무화했다.

앞으로는 장애미아.장기미아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부모를 찾도록 하고, 미아를 신고 않고 함부로 보호할 수 없도록 아동복지법도 개정키로 했다.

그러나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 모임'은 사회적 장치가 여전히 미비하다며 작년 10월 '실종미아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청원했다.

△장기미아 사건을 미아실종 사건으로 규정해 경찰에 전담부서를 설치하며 △이 전담부서 공무원들에게 미신고시설 조사권을 부여할 뿐 아니라 △미신고시설은 운영 내용을 보고토록 해야 한다는 것.

이 모임 나주봉씨는 "미아 발생 때 관련 기관이 법정 절차만 제대로 지켜도 아이들의 흔적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4, 5월 중 법안 통과를 기대했다.

나씨는 또 미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 달쯤 개구리소년 추모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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