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조해녕 대구시장이 행정구역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이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구역조정은 대구의 백년대계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만 부각될 뿐 대승적이고도 건설적인 토론 등 합의 도출을 위한 시도는 전무한 실정이다.
◇행정구역조정, 왜 나왔나 = 대구 외곽지에 대단위 아파트 신개발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대구는 현재 극심한 자치구간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구의 인구가 8만명대로 떨어져 공동화를 빚고 있고, 남구와 서구 역시 발전에서 소외되며 인구가 날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칠곡.성서 등 신개발지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행정 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인구 60만을 넘긴 달서구는 최근 1억원을 들여 연구를 의뢰하는 등 분구(分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전체 인구는 최근 몇년째 사실상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역내 총생산(GRDP)이 11년째 전국 시.도 가운데 꼴찌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경제 침체가 이어질 경우 사상 첫 인구 감소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특정지역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데 따른 행정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자치구역 조정을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북구 고성동과 칠성동을 중구로, 달서구 감삼.용산.죽전동을 서구로 편입시키키는 행정구역조정안을 최근 제시했다. 수성구 범어3동과 수성4가동의 동구 편입과 달성군 가창지역의 남구 편입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강력한 반발 = 대구시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 구청과 구의원,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고성.칠성동, 감삼.용산.죽전동에서는 행정구역조정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대거 내걸렸다.
최근 있은 대구시의회에서도 중.남.서구 출신과 달서.북구 출신의 시의원간에 찬반 양론이 극명히 엇갈렸다. 달성군에서는 박경호 군수가 가창의 남구 편입을 강력 반대하고 나섰지만 '가창의 남구 편입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시의 입장이 전해지면서 이번에는 "수성구에 편입시켜 달라"는 해당 지역민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해 당사자간의 이같은 강력한 반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민선단체장이 지역구민과 당사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았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지난 13일 있은 시의회 시정질문에 대해 "지난 2001년 조정안이 발안됐을 때 한꺼번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 반대에 부딪혀 묻혀졌다"면서 "이해 관계가 별로 상충되지 않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행정구역조정과 관련해 대구시가 최근 밝힌 방침을 보면 조 시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보다 기세가 많이 누그러진 듯하다. 당시 조 시장은 "달서구의 분구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지금 시는 "달서구 분구는 반대하지 않지만 시의 재정 형편상 이는 장기 과제"라며 물러선 상태.
"도시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구역을 반드시 조정하겠다"고 조 시장이 강조한 것과 달리 "국회의원 머릿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임기응변식 행정구역조정은 안된다 =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2004년 총선을 의식한 현재 대구시의 단기적인 행정구역 조정안은 반드시 실패한다"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시한에 구애받지 말고 장기적이고도 종합적인 관점에서 행정구역 조정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근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는 "행정구역조정은 행정서비스 비용과 효율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생활권에 대한 조사 분석과 장기적 비전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동화되고 있는 도심 자치구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가 중요하지 몇몇 동을 옮겨 인구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봉기 계명대 정경학부(행정학) 교수는 "자치구역 조정은 대구의 균형발전과 앞으로 20년이 지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게 한다는 원칙 아래 진행돼야 하며 '나는 손해볼 수 없다'는 기득권 논리가 앞세워져서 안된다"고 말했다. 달서구 분구에 대해 그는 "분구를 하면 공무원들이야 자리가 생겨 좋겠지만 결국 막대한 비용(대구시 추산 1천175억원)은 시민들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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