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비밀송금 문제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꼴이 됐다.
대(對)국민담화와 일문일답이 끝난 후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의 해명과 사과라면 무엇하러 했느냐"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해명은 핵심적인 의문점들에 대한 비켜가기식 변명이었으며 사과 역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독선에 바탕한 자기합리화가 아니냐는 것.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점은 이 문제에 대해 "그간의 경위를 가능한 한 소상히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겠다"는 김 대통령의 말과 달리 이날 공개된 내용은 그동안 야당의 폭로나 언론의 공개로 이미 알려진 사실의 일부분에 불과했다는 것. 이날 회견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에 대한 확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도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달라"는 김 대통령의 자세도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증폭시켰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서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이 문제는 법률적으로 다루는 것이 도움이 안된다"며 선을 그음으로써 책임의 내용과 한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관대한 아량으로 협력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한 것 역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스스로 뒤집는 것으로 과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고 용서해달라는 것인지 헷갈리게 했다.
이날 김 대통령의 회견내용은 전반적으로 이같은 애매함과 모호함이 뒤섞임으로써 논리적 설득력은 물론 국민정서에 대한 호소력도 기할 수 없게 됐다.
결론적으로 이날 담화는 김 대통령이 아직도 솔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역효과만 낳은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대북 송금이 불가피했다는 점만 부각시켰을 뿐 진솔한 사과의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래저래 뒤끝만 씁쓰레하게 한 기자회견이었다.
정치1부 정경훈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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