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찰단 대량파괴무기 발견못해

입력 2003-02-15 09:31:35

이라크에서 무기 사찰활동을 벌여온 유엔 사찰단은 지금까지 어떠한 대량파괴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사찰단 책임자들이 밝혔다.

14일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 이사회 제2차 보고에서 사찰단 책임자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며 이라크는 많은 의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사찰단이 확고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보유와 비무장 의지에 대해 애매한 평가를 내림에 따라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찰단 보고를 해석하면서 전쟁에 관한 기존입장을 되풀이해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생물, 화학무기와 미사일 사찰을 책임진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은 이라크에서 대량파괴무기를 찾지 못했으나 이라크의 보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그러나 이라크가 사거리 한도를 초과한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 해왔다는 의혹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고 확인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알 사무드 2를 변형한 미사일은 150㎞ 사거리 한도를 벗어나 불법 무기라는 결론을 내렸고 나머지 알 파타 미사일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중"이라고 설명했다.

핵무기 사찰을 지휘해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현재까지 이라크의 핵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블릭스 위원장은 "사찰단은 소수의 빈 화학탄두 이외에는 대량파괴무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수의 금지된 무기들의 행방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가 행방이 규명되지 않은 대량파괴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성급히 결론을 내려서도 안되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런 무기들이 존재한다면 사찰단에 제출돼 파괴돼야 할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를 입증 할 증거가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 사찰단의 2차 이라크 무기사찰 결과 보고 이후 유엔 안보리 이사국간 분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14일 뉴욕타임스는 이라크 무장해제에 강경입장을 보여온 미국, 영국과 전쟁에 반대하는 프랑스,독일, 중국, 러시아는 사찰단이 이라크의 대량파괴 무기 보유 여부와 비무장 의지에 대해 애매한 평가를 내림에 따라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찰단 보고를 해석함으로써 이라크 사태 해법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은 사찰단 보고에 이어 안보리가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해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은 사찰단을 강화하고 사찰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안보리에 대해 "이라크의 불복종과 비협조" 문제를 회피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파월 장관은 "아주 가까운 장래에 안보리는 안보리 결의 1441호에 규정돼 있는 심각한 결과를 고려할 때가 도래했는 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라크는 걸프전 이후 12년간 유엔을 모욕해왔다고 지적하고 후세인이 즉각, 철저히 변하지 않고서는 전쟁을 막을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은 미국과 영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은 오늘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하고 "전쟁을 피할 방법이 있으며 그것은 사찰 연장을 통해 이라크를 무장해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팽 장관은 다음 달 14일 안보리 회의를 열어 다시 이라크 상황을 평가할 것을 제의했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유엔 무기사찰이 이라크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켰다고 평가하고 사찰단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탕자쉬앤 중국 외교부장도 세계 지도자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유엔 사찰단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국제적으로 가장 위험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다"며 사찰 연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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