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시장 호황

입력 2003-02-14 14:03:12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가정 경제가 어렵지만 학습지 시장만은 여전히 뜨겁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도 과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학습지로 몰리기 때문. 따라서 학습지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피해도 줄을 잇고 있다.

◇번창하는 시장=학습지 시장 규모는 IMF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1998년 이후 매년 10% 이상 커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전국에서 학습지를 발행·판매하는 업체는 줄잡아 200개. 회원만 650여만명에 달하고 연간 시장규모도 3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경북에서는 50여개 업체가 성업 중이며, '대교' '웅진' '구몬' '재능' '장원' 등 업계에서 '빅5'라 부르는 업체의 회원 수만도 60만명에 달하고 시장규모는 3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것.

장원교육 정화중 대구사업본부장은 "학습지 시장은 경제난에도 영향받지 않는다"며, "앞으로 영어·한자·창의력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커져 학습지 업계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몬수학 김대영 대리는 "학습지 비용은 과목당 월 회비가 2만~3만원으로 고액 과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고 지도교사가 매주 한번 정도 현장지도를 하기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교조 대구지부 임성무 정책실장은 "학습지 시장의 급격한 성장은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기형적인 교육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교육이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지 교사 스카우트전까지=대구의 '빅5' 업체에만 2천여명의 학습지 지도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다 중소 규모 학습지 교사까지 합치면 총 3천~4천명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 '대교'의 김명옥(33·여·대구 화원읍)씨는 "최근에는 실력있는 방문교사 스카우트전이 업체간에 벌어질 정도"라고 했다.

'장원'에서 7년째 방문교사 일을 한다는 이경희(30·여·대구 두산동)씨는 "아줌마라고 차별 받거나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씨의 한달 평균 수입은 300만원 정도. 매주 100여명을 가르쳐야 하는 강행군이지만 고생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소비자 불만도 많아=학습지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관련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업체들의 계약 불이행, 일방적 서비스 중단, 잦은 방문교사 교체 등이 주된 시비거리.

윤도현(35·대구 지산동)씨는 지난해 5월 초교생 자녀를 위해 팩스를 통한 ㄱ출판사 학습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석달만에 서비스 중단을 통보 받았다고 했다.

이미 25만원을 주고 팩스를 사 놓은 상태여서 이중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 김문식(33·대구 범어동)씨도 5세된 딸을 위해 작년 11월 ㅇ학습지를 신청하면서 교재비·방문학습비로 150만원을 지불했으나 방문교사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달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체측은 뚜렷한 이유 없이 환불을 미루고 있다.

일부 학습지 업체는 방문교사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교재만 판매했다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 고발된 학습지 피해 사례는 올 들어서만도 20여건. 대구YMCA 시민중계실에도 15건, 소비자연맹 대구지부에도 29건이 접수돼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이명희 부장은 "문제가 발생하면 뚜렷한 구제책 없이 소비자만 피해볼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학습지를 계약할 때 철저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