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구시장 商경기 '최악'

입력 2003-02-14 14:10:03

안동지역 최대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삼산동 문화의 거리 일대와 속칭 '구시장' 주변 400여개 상가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점포 매물과 폐업신청이 속출하고 있다.

장기 경기 침체 영향과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역경제 기반인 농촌경제도 쌀값과 특작물 가격하락, 지난해 유례없던 풍수해로 가사상태에 놓이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실종된 때문이다.

이곳에서 아동복 대리점을 운영하는 강모(43)씨는 지난달 개점 1년만에 1억원 이상을 투자한 점포를 절반 값에 처분했다.

점포 최저 유지비를 충당하려면 1개월에 2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이후 매출은 800만원 정도가 고작으로 밀린 적자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근 옷가게 6개도 수개월째 임대료도 내지 못하자 점포를 내놓았으며, 이때문에 점포 권리금도 10평당 1억원까지 하던 것이 5천만∼6천만원으로 급락했다.

고가 의류나 액세서리 업종은 사정이 더욱 나빠 매출을 전혀 올리지 못하는 날이 다반사로 점포를 급매할 경우 그나마 떨어진 권리금도 챙기지 못해 울며겨자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업주들은 사채와 신용카드 대출로 운영자금을 마련, 돌려막기로 근근이 버티지만 더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부도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시 용품점을 운영하는 한모(43)씨는 "상가 세입자 대다수가 길고 깊은 불황에 허덕이나 당장 가게를 그만 둘 경우 빚에 졸리는 형편이라 속앓이만 깊어간다"고 했다 여성복을 파는 유모(64)씨도 "이곳 상가 70%가 경기에 민감한 의류점이 차지하는 특성 때문에 그 여파로 타 업종까지 쓰러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고 있다"며 "체감경기는 오히려 IMF 구제금융 시기보다 더 얼어붙어 사상 최악" 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이곳 업주들이 지난 3, 4년간 가계대출 확대 등에 힘입은 반짝 경기를 믿고 투자를 확대했으나 최근 거품이 빠지자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에 제조업이 거의 없다시피해 농촌경제 피폐로 인한 상경기 저하를 밑받침할 수도 없는 데다, 최근 도로망이 개선되면서 그나마 구매력이 있는 부유층 소비자들은 대구나 서울 등지로 빠져 나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동시청 이병찬 경제통상 담당은 "이곳 상경기 회복을 위해 관련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환경개선사업에 수억원을 투입하는 등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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