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봄을 봄답게 하라

입력 2003-02-14 14:10:03

이제 봄이다.

아직은 영하의 날씨도 남았고 때로는 꽃샘 추위도 덮치리라. 그러나 그런 것 정도가 오는 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참여정부'를 기치로 내 건 새 대통령의 취임날도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 세월 나라를 지배해 온 분쟁의 시대, 3김 시대가 막을 내릴 참이다.

나라가 새 옷으로 갈아 입으려 하는 즈음이다.

작년 여름 모습을 드러냈던 새 '지방정권'들에게도 이번 봄은 중요하다.

지난 6개월여를 준비에 보냈다면, 이제 돛을 펼치고 항해에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봄은 오고 있는데도 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지랑이가 상징하는, 위로 퍼져 오르는 그 봄 기운이 없다.

이라크 전쟁설은 기름값 상승과 물가 불안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되레 침몰시켰다.

경쟁력 약화때문이라며 2천800원까지 낮췄던 입욕료를 동네 목욕탕 주인은 설 쇠자말자 3천원으로 다시 올렸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에너지 비상대책이 또 시행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분위기가 더 나빠질 모양이다.

*북핵.이라크 사태로 불안

북한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핵 문제가 자꾸 들먹여지더니 이를 실어 나를 미사일 실험설로까지 진척됐다.

미국은 전쟁불사론으로 치고빠지기를 거듭하는 듯하다.

여기에 미군 철수설까지 덧붙었다.

미군에 우리의 존망을 걸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가슴을 짓누른다.

세계 10대 국가라더니 스스로의 안전을 지킬 힘조차 못갖췄는가 싶어 갑갑하다.

미국이 군대 철수론으로 협박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자존심 따위는 꺼내지도 못할 지경이다.

참담하다.

드디어 무디스인가 뭔가 하는 평가회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춰 전망했다.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 외국 투자금들이 썰물을 이뤘다고 한다.

곳간 열쇠조차 이미 남의 손에 쥐어진 형국 같다.

나라가 이같이 허약하고 위태롭다면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극복해 내려 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많은 선조들은 그렇게 했었다.

어떤 분은 그 많은 재산을 팔고 형제들까지 합심해 중국으로 건너가 광복운동의 기지를 세웠었다.

그 훨씬 전에 중국 지도부에 씨를 뿌려 국치 이후 우리 지사들이 중국으로 건너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든 분도 있었다.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자고 기념하는 3.1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혼연일체된 대외 대응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북한 퍼주기 시비로 온 나라가 찢어지고 있다.

정녕 신념에 바탕하고 나라를 위한 결정이었다면, 권력자는 그런 중요한 일을 하면서 어떻게 야당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을까? 정권을 쥐면 모든 일을 혼자 해도 된다고 착각한 것일까? 정치에 무지한 서민으로서는 도무지 앞뒤를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지역이라고 사정이 다른 것도 아니다.

새로 선출된 대구시장은 취임 7개월을 넘기고도 대구가 걸어 갈 앞날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전 시장 때 발주된 대구장기발전계획 초안이 완성됐다지만 별달리 신통한 내용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또 이렇게 몇년을 허비하려는 것일까? 대구에서는 지난 10여년간 뭐든 '잘 안된다'는 소리만 반복돼 왔다.

산업이나 뭐나 희망을 줄만한 새로운 구조가 창출된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위천공단에 매달려 6, 7년 보냈을 뿐이다.

*대구시장 비전 못내놔

경북도 마찬가지이다.

그 전에 완공된 구미.포항 공단들이 버텨줄 뿐 그 사이 새로운 발전 전략이 수립돼 제대로 작동된 게 있는지 회의적이다.

다른 지역이 앞으로 뛰어가는데 우리는 제자리에 가만 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하지만 서민들을 정작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묵묵부답이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위태로운 일들이 들끓듯 하는데, 왜 중앙정부는 전후사정과 앞으로의 전망 같은 것을 설명해 주려 하지 않는 것일까? 이라크 사태의 충격은 어떻게 진척될 것이며, 기름값 전망은 어떻고, 북한 핵 사태는 어떠하며 미군 철수설의 진상은 무엇이라는 등등…. 국민과 함께 걱정하고 대응하려는 느낌만 줘도 서민들은 덜 갑갑할 것이다.

새 '지방정권'도 지역 진흥에 자신이 없으면 없다고 털어 놓고 중지를 모으려 애쓰는 자세라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맨날 지방분권을 입에 달고 살아온 것이 지방정부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이라면 분권이 더 된들 뭘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정작 새 중앙정권이 지방분권을 얘기하기 시작한 이 마당에 오히려 창피당할까 걱정될 정도이다.

우리로 치면 면 단위 정도밖에 안될 일본의 지방정부들이 오랜 세월 전부터 해 온 진정한 지역진흥 노력을 지금이라도 한번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오고 있지만 봄 같지가 않다.

봄을 봄답게 하라!

박종봉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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