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에는 마을마다 주민들이 어울려 풍년을 기원하는 흥겨운 민속놀이가 많다.
지역별로 다양한 특색있는 놀이가 있겠지만 영천은 곳싸움 놀이로 유명하다.
정월 대보름부터 2월 초하순까지 벌어지는 곳싸움 놀이는 줄다리기의 뒷놀이 성격이 강하다.
마을주민들이 두 패로 갈라져 벌이는 줄다리기가 끝난 뒤 승리한 쪽은 풍년과 길운을 가져다 주는 전리품인 곳나무를 깊은 곳에 숨긴다.
진쪽은 이를 되찾아 오기위해 몸싸움을 마다 않고 찾아 나선다.
감춘 쪽과 찾는 쪽간의 도주와 추격전 등 긴박감 넘치는 요소를 갖춘 대동놀이인 곳나무싸움 놀이는 그러나 일제치하인 지난 30년대 후반 이후 맥이 끊어졌다.
영천주민들의 늠름한 기상과 진취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담긴 이 놀이는 그대로 잊혀 질 뻔하다 향토의 전통 문화유산을 찾아 보존하려는 젊은이들에 의해 발굴돼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영천향토사 연구회는 이처럼 묻혀져 있는 고장의 전통문화를 하나 하나 캐내 올바른 지방사를 정립함으로써 고장의 역사에 대한 긍지와 자긍심을 길러주고 있다.
영천은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사람의 위인을 배출했다.
화약을 발명한 고려때 최무선장군과 고려말 충신 포은 정몽주, 조선중기 가사문학의 대가 노계 박인로가 바로 그 역사적 인물.
영천향토사 연구회 회원들은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세 분이 영천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래서 그런지 향토사 연구와 잊혀진 문화유산에 대한 발굴열의는 물론 향토사랑도 남다르다.
영천향토사 연구회가 구성된 것은 지난 1986년 7월.
당시 영천지역 문화재 건조물 지표조사를 하던 향토문화 애호가와 지역에 근무하던 역사교사들을 중심으로 일회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뭔가 지속적으로 영천지역 전통문화 전반에 대해 연구해보자는 의기 투합이 밑거름됐다.
20명으로 출범한 연구회는 매월 한 차례씩 영천지역 문화유산을 정례답사 및 조사하는 한편 건조물을 중심으로 영천문화유적을 조사한 뒤 책자를 펴냈다.
이어 사라진 영천곳나무 싸움놀이를 청년연합회, 영천시와 공동으로 보존회를 결성, 구증 등 채록을 통해 87년 10월 재현해내는 큰일을 해낸다.
곳나무싸움은 해마다 2차례 시연되며 지난2001년에는 '제42회 한국민속 예술축제'에 참가, 공로상을 받았다.
연구회의 활동은 93년 2대 이준철 회장때부터 30~40대 청장년층이 중심이 돼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도 유형 문화재로 지정된 선사시대 유물인 청통면 보성리 바위그림을 찾아낸 것을 비롯, 사료가치가 있는 비석, 도요터 발굴, 노계 유허비 설치, 분실된 노계 오륜가 목판 재현 등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93년 말부터 96년까지는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 가고있는 봉수대와 산성, 읍성 등 10곳에 표석을 세웠다.
이원조 사무국장(영천시청 근무)은 "무거운 표석을 운반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회원들은 후세에 역사교육장으로 남는다는 보람 하나로 구슬땀을 흘리며 고개와 능선을 넘는 것을 마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천은 지역소재 대학이 없고 경주처럼 전문 학자가 전무해 향토사 불모지나 다름없는 지역.
하지만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 하나로 똘똘 뭉친 영천향토사 연구회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 향토사 연구가 깊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으로 변했다.
회원들은 95년 12월말 마침내 골벌(骨伐)이라는 자체 향토사 연구지 창간호를 내게 된다.
매년 발행되는 골벌은 현재 8집 출판을 앞두고 있다.
제호인 골벌은 부족국가시절 경주를 서라벌이라고 부르듯 영천을 골벌이라고 부른데서 따온 이름. 골벌에는 회원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조사한 내용과 향토 연구자료들이 300여쪽이 넘는 책자에 가득 차있다.
영천역사의 뿌리를 알 수 있을정도로 골벌은 알찬 내용들로 구성돼 있어 향토사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에게도 길잡이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전민욱회원은 "영천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 유물이 골고루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 유교문화와 가야문화권 흔적마저 있는 역사성이 있는 도시"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대구와 경주의 틈사이에 끼어 있다보니 경주와 같은 세력의 큰 문화권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포은선생을 배출한 유교문화 발상지 이지만 학맥이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한 지역이라고 나름대로 영천의 역사성을 설명했다.
내고장 역사학습 경시대회, 향토순례 대행진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향토사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연구회측은 올해는 이달의 문화인물(6월)로 선정될 포은 정몽주와 노계 박인로 선생과 관련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포은 기념사업은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사업의 중점을 두는 한편 노계선생 쪽은 영천시 북안면에 세워진 도계서원 진입로 확장이 성사되도록 힘을 모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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