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초중고 교육 공동화

입력 2003-02-14 09:46:45

"고교 진학 대상 중학생 중 상위권 성적의 20%는 대구.구미.김천 등 타지역으로 진학한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칠곡군 우수학생들이 대구 등 대도시나 구미, 김천 등지의 명문고로 대거 유출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역 고교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

대도시 주변 다른 군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칠곡군은 유달리 심각하다.

칠곡군의 역외 유출현상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되고 있다.

◇썰물처럼 빠지는 지역 학생들

칠곡군 초등학교 재학생은 20개 학교에 8천532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 그러나 중학생수는 8개교에 2천857명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고교는 더욱 심각하다.

5개교에 1천868명으로 매년 1천여명의 중학생들이 타지역으로 진학하는 실정. 대구와 가까운 동명면, 신동면 학교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이들 지역에선 초등학교 5, 6학년만 되면 전학가는 학생이 속출해 학년당 학생수가 피라미드꼴을 이룬다.

시기를 놓친 학부모들은 지역 고교 진학을 외면하고 구미, 김천 등 소위 명문고로 내보내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역외 유출의 근본 원인은 학력. 칠곡교육청 김병찬 초등장학사는 "초.중학교의 교육수준은 도내 어느 곳과 비교해도 낮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고교는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칠곡 한 고교 교사는 "우리도 몇년 전엔 전통있는 명문학교였고, 교사들의 자부심도 컸다"며 "우수 학생들을 타지역으로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명문 학교의 위상을 되찾아 어느 명문대학이든 진학시킬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내고장 학교보내기 운동'도 펼쳐보지만 허사다.

고교마다 동창회가 중심이 돼 학생 유출을 막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수학생 붙잡기에 안간힘

칠곡군 한 고교는 올해 처음으로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순심고(여고 포함) 진학대상인 우수학생 4명에게 4박5일간 중국연수 기회를 제공한 것. 순심고측은 우수학생의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성적우수생 4명(남 2명, 여 2명)을 선발, 고교 진학전 방학기간을 이용해 중국 연수를 보냈다.

지난 20일 출국한 학생들은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쑤저우 등지에서 문화탐방을 하고 24일 귀국한다.

우수학생 중국연수를 기획한 주인공은 김수영(39.바실리오) 남녀고교 교목신부. 김 신부는 "이번 연수가 지역 학생들의 역외유출을 막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의 활동비를 모아 연수비용으로 충당한 김 신부는 내년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제2차 베네딕도 청소년대회에도 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파견할 계획이다.

순심교육재단(이사장 서경윤 알베르또)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지역의 우수학생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지역내 뜻있는 재단 관계자들과 지역학교 출신 주민들은 발전기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약목고도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체제정비를 추진 중이다.

학교부지를 새로 마련해 좋은 시설을 기초로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것. 칠곡지역 고교 한 관계자는 "인근 성주는 우수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 지자체와 지역인사들이 적극 나선 덕분에 1등에서 20등까지의 우수 학생이 한 명도 다른 시로 나가지 않았다"며 "아직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지자체도 적극 나서서 새로운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