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어린이 학대

입력 2003-02-13 13:34:45

서양의 동화 '신데렐라'와 우리의 '장화홍련전'은 계모(繼母)와 의붓자식 사이의 갈등 관계를 그리고 있어 비슷한 점이 적지 않으나 차이가 있다.

'신데렐라'는 외로운 소녀의 꿈과 환상을 주제로 밝고 아름다운 구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장화홍련전'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매우 어둡고 괴기하게 펼쳐진다.

계모의 이미지가 전통적으로 그만큼 부정적이고, 어린이 학대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탓일까. 그런데 요즘은 어린이 학대가 부모의 교육·소득 수준, 연령·종교와 무관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각종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된 어린이 학대 상담 건수가 무려 4천105건으로 하루 평균 11건 꼴이나 된다.

조사 결과 명백한 학대도 절반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더구나 80% 정도가 가정에서 일어나고, 대부분의 가해자가 학대 사실을 숨기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은 훨씬 심각한 수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야흐로 '어린이 학대 신고 의무화' 시대가 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2일 교사가 가정 폭력 등으로 학대받는 어린이를 알게 되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인권 존중·자율·책임 풍토 조성을 통한 생활 지도 계획'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한다.

이 방침에는 학교에서 군대식이나 단체 기합 등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벌주기·체벌·소지품 검사를 지양하고, 머리카락 자르기 등 모욕적인 지도 방법 금지 대목 등도 들어 있다.

▲전국 초·중·고교는 이에 따라 학교별로 생활 지도 규정을 점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4월 말까지 고쳐야 한다.

또 교원들이 가정이나 학교 주변 폭력으로 학대받는 학생을 발견했을 때는 반드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말하자면 학생 생활 지도가 학교와 교사 위주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고, 비교육적인 요소들을 떨쳐내는가 하면, '아동 보호법'을 교원들에게도 적용해 의무화하게 된 셈이다.

▲조선조의 대학자였던 율곡 이이(李珥)의 성공은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자애로운 가정 교육이 밑바탕이었고, 서포 김만중(金萬重)도 어머니의 사랑이 키워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어린이의 학대는 가정 불화, 경제적인 문제, 부모 노릇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 자신이 성장할 때의 학대 경험 등이 주요 원인이라니 삭막해진 세태 탓으로 읽히기도 한다.

어린이가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는 따뜻한 가정과 학교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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