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대보름 세시풍속은?

입력 2003-02-13 09:24:52

'쥐.구렁이 모양의 짚태우기.키 큰 사람 집에 끌어들이기.허새비 버리기.빨간 것 먹기.짬고사.고동각시 밥주기.소에게 목도리 해주기.용알뜨기…'.

언뜻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경북에서 펼쳐진 정월 대보름 전통 세시풍속들로 지역마다 독특하게 한 해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거나 집안의 안녕과 개인의 행복을 기원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까지 2년간 대구 달성군과 경북 23개 시.군 71개마을에서 직접 각종 세시풍속을 조사한 결과 시.군마다 보통 20~40여개의 다양하고 독특한 보름날 행사들이 펼쳐졌다.

경산에서는 달집을 태울 때 쥐나 구렁이 모양의 짚을 태워 한해 논농사에 쥐와 구렁이의 피해를 빌었고 아홉그릇 밥먹고 거름 아홉번 지는 등 아홉번 행동하기로 보름 이후 시작되는 농사철에 부지런 하기를 다짐했다.

경주에서는 일부러 보름날 이웃집의 키 큰 사람을 집에 불러들였다.

이는 삼을 많이 재배할 시절에 그해 삼이 크게 자라라는 의미였다.

보름날 밤에는 어린 아이들이 짚단에 불을 붙여 태우며 "새삼밭에 불이여"를 외쳤는데 이는 밭에 많이 자라는 가늘고 노란색 잡초인 새삼이 없어져 밭농사 풍년을 기원한 것.

구미에서는 동제를 지낸 뒤 금줄을 풀어서 "뱀 끄슬자, 뱀 끄슬자"고 외치며 집안을 한바퀴 돌고 대문앞에 버렸다.

집안에 뱀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풍습. 김천에서는 보름날 새벽에 마을 공동우물에서 처음 물을 떠(용알뜨기) 밥하면 집안에 좋다고 해서 서로 물을 떠가려 경쟁했고 보름밤에는 여자들이 짚으로 만든 인형 속에 돈을 넣고 삼거리나 다리밑에 버려 집안의 액운을 예방했는데 이를 허새비 버리기라 했다.

영주에서는 밥을 해서 식구수 만큼 한 숟가락씩 뜬 것과 식구 생년월일을 쓴 종이를 보에 싸 냇가에 흘려보내며 한해를 기원하고 이를 어부심(어부슴)이라 했다.

포항에서는 부잣집 황토를 훔쳐와서 자기집 부뚜막에 발라 부자되기를 빌었고 감과 대추 등 붉은 색 과일을 준비했다가 보름날 아침에 먹는 '빨간 것 먹기'가 행해졌다.

울진에서는 미역이 많이 생산되도록 빌며 보름날 전날 저녁에 '짬고사'를 지냈다.

청도에서는 짚으로 이은 지붕에 벌레가 많이 생겨 이를 퇴치하기 위해 체에 고기를 씻은 물을 담아서 곳곳에 뿌리며 '고동각시 밥주자'를 외치는 '고동각시(노래기) 밥주기'가 펼쳐졌다.

또한 잡신방지와 소의 수명을 길어질 것을 빌며 소목에 테를 걸어주는 소에게 목도리 해주기도 보름날 저녁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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