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은 밸런타인데이, 15일은 우리 고유의 명절인 정월 대보름. 굴러 들어온 돌이 고인돌을 뽑아버린다고 연인의 날로 알려진 밸런타인데이가 우리 고유명절이 무색할 정도로 흥청대고 있다.
로마시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도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 밸런타인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밸런타인데이. 사랑하는 마음을 조그만 선물로 표시하고 어려운 이웃을 한번 돌아보기 위한 처음의 취지는 간곳 없고 왜 소비 일변도로 왜곡돼 열병처럼 번지는가.
▲이같은 왜곡의 상당한 책임은 유통업체들에게 있다.
빌미만 있으면 화이트데이니 빼빼로데이니 하면서 온갖 '데이'에 의미를 과대 포장해 소비의욕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번 밸런타인데이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뒤 대보름행사는 기껏 부럼등 대보름 식품을 싸게 판매하는 기획상품전뿐인데 비해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행사장, 연인들을 위한 향수퍼레이드등 각종 축제행사를 벌이고 있다.
상품도 반지, 휴대전화, 시계, 와인, 홍차등 다양한 품목으로 고객끌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 풍속에도 연인의 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월 대보름에는 남녀가 탑을 돌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 사랑을 속삭이기도 했으며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그야말로 우리고유의 밸런타인데이다.
이날에는 짝떡이라는 반달모양의 흰 찰떡을 먹으며 마음맞는 짝과 결혼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런데도 밸런타인데이는 흥청대는데 비해 정월 대보름 날 우리 젊은이들이 즐길수 있는 행사는 지방의 몇몇 행사뿐. 이렇게 뒷전으로 밀리다 우리 명절의 명맥마저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보름은 그해 농사의 풍년과 한해의 소원을 비는 날이다.
설날이 가족끼리의 명절이라면 대보름은 마을 전체가 즐기는 날이다.
줄다리기와 다리밟기, 고싸움, 쥐불놀이, 억새태우기등의 민속놀이는 마을 전체가 참여해 복을 빌었다.
그러나 올해는 쌀개방을 앞두고 추곡수매가가 처음으로 인하되는 등 농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한해다.
명절이라고 결코 즐거울 수 만은 없는 농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 한다면 하루전날 너무 흥청대지 말고 대보름 만이라도 농민을 생각해보는 마음이 필요할 때다.
▲때맞춰 소비 일변도로 바뀌어 가는 밸런타인데이의 의미를 바로 잡고 우리 세시풍속을 되찾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운동은 인터넷을 통해 서서히 불이 붙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앞장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두단계나 끌어내린 마당에 외화를 펑펑 써대는 일만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느때보다 우리것을 되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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