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충격...금융 한때 트리플 약세

입력 2003-02-12 12:05:02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3 투자적격은 그대로 두고, A3 긍정적(Positive)에서 A3(Negative)로 전망치를 두단계나 하향하면서 주가, 채권, 금리가 트리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무디스사와는 달리 세계 3대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으로 손꼽히는 피치사(A 안정적)와 S&P사(A-안정적)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당분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대내외적인 불안요소로 신용강등의 도미노 현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어서 추가적인 금융불안도 우려되고 있다.

△ '무디스 악재'에 맥못춘 증시.

11일 거래소시장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27포인트(0.21%) 하락한 575.98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 미국 증시상승과 반발매수에 힘입어 5.22포인트 상승한 582.47로 출발하는 등 닷새만에 반등한뒤 개인 순매수에 힘입어 오전중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반등시도는 무산되고 한때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560선을 위협하는 등 오후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11포인트 내린 42.15를 기록하면서 사상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신용등급전망 하향이 시장을 급락시킬 가능성은 없으나 그동안의 하락추세에 탄력을 더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이 경제펀더멘털 보다 북핵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일과성 악재로 그칠 수도 있지만 컨트리 리스크가 환율.금리 등 경제전반에 반영돼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S & P, 피치 등 나머지 신용평가기관의 움직임과 외평채 가산금리 동향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무디스 악재가 반등시기를 저울질하는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틀림없다며 증시침체를 길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등급전망 조정이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줬다"며 "일단 단기악재로 봐야 하겠지만 북핵문제의 진행상황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환율 1천200원선 돌파.

11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9.7원 오른 1천202원으로 출발한 뒤 소폭 상승, 오전장을 강보합 수준인 1천204원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 발표 직후 폭등세로 돌변 한 때 22.2원까지 치솟았다가 상승폭이 다소 둔화돼 16.9원 오른 1천209.2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작년 12월 13일(1천210원) 이후 최고치이며 하루 상승폭은 작년 7월 26일(19.5원)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 급등은 이라크전 발발 지연 전망에 따라 달러가치가 상승한데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신용등급전망 하향조정 여파로 환율이 크게 상승했지만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 1천200원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미국-이라크 전쟁 우려에 가려있던 북핵 문제가 불거졌고 이 때문에 1천170원대까지 내렸던 환율이 제자리로 회귀했다"면서 "북핵문제가 조기에 해결되면 환율이 하락할 수도 있지만 문제가 장기화하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금리 큰 폭 상승

11일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큰 폭으로 뛰었다.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연 4.75%를 기록했다.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과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수익률도 0.07%포인트씩 올라 각각 연 4.87%와 연 5.26%를 나타냈다. 현투증권 최재호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전망 하향조정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신용등급 자체의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며 "금리는 당분간 단기 급락 등에 따른 상승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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