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퇴직자들 새로운 고민-조기 국민연금 '받을까 말까'

입력 2003-02-11 13:25:35

조기 퇴직으로 생계가 불안해진 50대 은퇴자들이 국민연금 수령 문제로 또한번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을 위해 4년 전 '조기 연금' 제도가 도입됐으나 다시 벌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때문.

◇갈등하는 퇴직자들 = 사기업에서 퇴직한 임모(60)씨는 55세 때이던 1999년 4월부터 월 17만3천원씩 '조기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60세부터 정식으로 노령연금을 받으면 22만6천원씩 수령할 수 있다지만 조기 퇴직 후 뚜렷한 수입이 없어 조기 연금이라도 받아 생활할 요량이었던 것.

그러나 이 돈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렵자 임씨는 일년만이던 2000년 4월 월 70만원 짜리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했다.

그리고 그 즉시 연금 지급이 정지됐다.

놀라 연금공단에 항의했지만 "본래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

다시 실직자가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65살이 될 때까지는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설명도 들어야 했다.

그때문에 임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60세 될 때까지 연금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은행 퇴직자 김모(58)씨는 작년 1월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해 월 53만2천원씩 받다가 6개월 뒤 직장을 얻은 후 지급을 정지당했다.

김씨도 지금은 후회된다고 했다.

당초엔 받을 연금 액수도 적잖고 "이 나이에 어디 취업하겠느냐"는 생각에 신청했지만 사정이 다르더라는 것. 특히 정상적으로 노령연금을 받으면 60세 이후엔 취업해도 연금액의 절반을 계속 받을 수 있지만 조기연금 경우엔 취업할 경우 65세까지는 완전히 지급이 중단된다는 말에 "좀 더 신중할 걸" 싶다고 했다.

전국에서는 국민연금 조기 수령 신청자 중 15% 정도인 8천576명이 지급을 중지당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연금공단 동대구지사 정병우 민원팀장은 "조기 노령연금 신청 희망자에게 신중히 생각할 것을 권하지만 나중에 취업으로 지급이 중단되면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 조기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55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본래의 노령연금은 60세 이상 가입자에게 지급되나 IMF사태로 조기 퇴직 강풍이 불기 시작한 뒤인 1999년 1월부터 새 제도가 도입된 것. 조기 연금은 받기 시작하는 시기가 55세일 때는 정식 노령연금액의 75%를 받도록 하면서 첫 수령 시기가 한 살씩 늦어질수록 5%씩 덧붙여지게 돼 있다.

정식 노령연금과의 가장 큰 차이는 수령 중 취업 때의 대우. 정식 연금은 연금을 받는 중 취업해도 수령액의 일정 부분만큼을 계속 지급 받을 수 있다.

60세 때는 50%, 그 이후엔 한 살씩 증가할 때마다 10%씩 덧보태 65세가 되면 취업 중이더라도 전액 지급 받을 수 있는 것. 반면 조기 연금은 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근로소득이 연간 500만원 이상 발생하게 될 경우 즉시 지급이 중단되고, 이와 관련된 규정은 65세까지 적용된다.

조기연금 신청자(전국 기준)는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 2만6천142명이던 것이 2000년엔 1만2천977명, 2001년엔 8천805명, 2002년엔 11월까지 8천286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금공단 류동완 차장은 "취업 여건이 달라진데다 조기 노령연금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지면서 신청인이 줄고 있다"고 했다.

◇어느 쪽이 득일까? = 그러나 전국 신청자 5만6천310명의 15%가 연금 지급을 정지당했다는 얘기는 85%가 여전히 조기 연금을 수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신청이 유리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속 수령 중인 시민들이 지급받는 금액은 1만5천504명이 10만~19만원, 1만8천929명이 20만~29만원, 1만1천428명이 30만~39만원, 1천815명이 40만~49만원, 68명이 50만~60만원이라고 국민연금 관리공단측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관리공단 대구 달성지사 곽기정 팀장은 "75세 이후까지 살 수 있으면 정식 노령연금이 유리하나 숙환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다만 정식 노령연금보다 지급액이 적고 소득이 발생할 경우엔 65세까지 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음은 사전 각오해야 한다는 것. 또 퇴직 후 새 소득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가입자는 조기연금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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