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설비투자 위축 등에 따른 자금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 문제는 저금리 현상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보단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데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시중에 자금이 넘치는데도 일부 기업들은 돈이 없어 쩔쩔매고,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 올리기에 혈안이다. 또 국내엔 투자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에서 외국에 투자,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민간 해외투자 급증세
▨해외로 돈이 빠져 나간다=국내에는 투자할만한 장기채권이 적은데다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높은 수익성을 좇아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민간(보험.증권.투신사와 일반투자자들)의 해외 간접투자는 114억달러로 2년사이 2.8배 급증했다.
민간 해외 간접투자는 2000년말 41억달러, 2001년말 69억달러 등으로 매년 큰 폭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개인.민간기업.공기업 등 일반투자자의 해외간접투자는 1년동안 6억달러 늘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일반투자자의 해외투자가 늘어난 것은 금리가 떨어지면서 국내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 탓"이라며 "금리가 높으면서도 안전성이 있는 해외 뮤추얼펀드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출 그래도 만만찮아
▨'풍요속의 빈곤'=대구시 서구 서대구공단 한 섬유업체 경리담당자 ㅇ씨. "예금금리가 떨어지는데 비해 대출금리 인하 폭은 '쥐꼬리' 수준에 불과해요. 여기에다 은행들은 우량기업에만 대출을 치중하다보니 고만고만한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지적에 은행도 할 말이 있다며 되받았다.
대구은행 기업대출 담당자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에 거액을 떼인 경험이 있는 은행들로서는 아무 기업이나 무턱대고 대출해 주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은행에서 '대출 1순위'로 꼽는 대기업이나 우량기업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대출세일을 위해 돌아다니지만 돈 쓰겠다는 업체가 없어 힘들어요"(시중은행 한 지점장). 은행에서 돈을 빌려가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는 구미의 한 섬유업체 사장 ㅈ씨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대출금리가 낮다고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받아 사업을 해서 이자 등을 빼고 이익을 남길만한 업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기업도 비슷한 사정을 호소한다.
"돈되는 사업이 있으면 당연히 투자하지요. 정부는 투자하라고 독려하지만 경기는 자꾸 위축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몸을 움츠릴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ㅅ그룹 자금담당 임원).
금리가 떨어지면 설비투자 등 생산 부문으로 돈이 흘러가 경제가 활기를 띠어야 하는데도 실물경제는 금리하락에 따른 '반사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 금리가 낮아져도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시중에 떠도는 자금이 320조원이나 되는데도 금융회사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자금난으로 '골병'을 앓고 있다.
실제로 2002년 중 직접금융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실적은 86조8천여억원으로 2001년보다 12.6% 감소했다.
예대금리차 계속 확대
▨'저금리, 은행만 배불린다'=저금리 기조하에서 일부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묶어둔채 예금금리만 내리는 얌체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작년 1월 가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2.89%포인트. 그러나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예대금리차가 작년 3월 2.93%, 5월 3%포인트, 7월 3.24%포인트, 10월 3.26%포인트, 올 1월 3.33%포인트로 급속하게 커졌다.
특히 올들어서도 일부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앞다퉈 낮춰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금융전문가들은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탈피하겠다던 은행들이 실제로는 가계대출 등 소매금융의 예대마진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돼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을 포함한 38개 금융회사 여신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의 예대금리차가 적정한지에 대한 물음에 58%인 22곳이 '다소 작다'고 답했다. 또 29%인 11곳이 1분기 중 예대금리차를 다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고객들은 "은행들이 예금금리 하락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을 은행 수익향상의 '봉'으로 삼으려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익성 창출에 포커스
▨가계.기업, '마인드 바꿔야'=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수칙은 '발품'을 팔거나 다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자소득세를 안내거나, 적게 내는 비과세.세금우대 상품을 활용하고, 최근 많이 발매되고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눈을 돌릴 만하다는 것.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는데, 이 때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예금자보호 한도 안에서 가입할 것을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또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기보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업종 진출이나 품목 개발과 같은 '창조적 경영'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등 저금리를 '호재'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저금리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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